이해찬총리, 취중 동아·조선 원색비난

  • 입력 2004년 10월 19일 11시 09분


오스트리아를 방문중인 이해찬 총리가 10월 18일 오후(현지시간) 볼프강 쉬셀 오스트리아 총리와 회담에 앞서 환담 하고 있다.[연합]
오스트리아를 방문중인 이해찬 총리가 10월 18일 오후(현지시간) 볼프강 쉬셀 오스트리아 총리와 회담에 앞서 환담 하고 있다.[연합]
이해찬 국무총리가 유럽순방 도중 기자들과의 술자리를 겸한 인터뷰에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를 거칠게 비난해 논란을 빚고 있다.

이 총리는 18일 "전두환ㆍ노태우 군사정권은 용서해도 지금도 계속되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역사에 대한 반역죄는 용서 못한다"고 말했다.

헝가리에서 열린 진보정상회의 참석 후 오스트리아를 거쳐 독일을 방문한 이 총리는 이날 베를린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갖던중 이같이 말하며 "조선, 동아가 나라를 흔들던 시대는 지나갔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조선과 동아가 심지어 나라의 인사를 좌지우지한 일도 있으며, 박정희 시대엔 안기부 정보로 특종하기도 했으나 한 번도 역사의 발전에 기여한 일은 없다"면서 "그러나 이젠 '밤의 대통령'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중앙일보의 경우 보도의 객관성을 갖춰 조ㆍ중ㆍ동의 틀에서 벗어났다는 견해를 밝힌 이 총리는 "하지만 조선과 동아는 여전히 시대에 뒤떨어진 역사 인식에 얽매여있다"고 비판했다.

이 총리는 이어 "조ㆍ동이 이러한 인식에 머물러 있는 한 국민의 20-30%에만 영향을 줄 뿐이며, 이를 반성하지 않으면 역사 변화를 따라잡을 수 없고 영원히 야당에 머물 것"이라고 주장했다.

열린 우리당, 특히 노무현 정부의 정책을 '약간 우파적'이라고 자평한 이 총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ㆍ동은 나나 정부를 용공이나 부패로 몰려 하고 수도 없이 공격하면서 나라를 어렵게 하고 국민을 호도시켜왔다"고 비판했다.

이 총리는 "참여 정부는 이러한 행위를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조ㆍ동이 아무리 이 정권을 흔들려 해도 결코 흔들리지 않고 나라를 위한 길을 끝까지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또 "노무현-이해찬 정부는 나라를 허술하게 만들지 않을 것이며, 민주화 중추 세력으로서 책임지고 나라를 굳건하게 세워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19일 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이 총리는 술이 취한 상태에서 "조선·동아일보는 역사에 반역하지마라", "조선 동아는 내 손안에 있다"는 식의 표현을 측근들의 만류에도 불구, 거침없이 쏟아냈다.

이 총리는 북한 붕괴시나리오 등 예민한 질문이 나오자 구체적인 언급을 할 수 없는 사항이라며 말꼬리를 돌렸다. 하지만 언론관련 질문에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거친 표현을 쏟아냈다.

이 총리는 "조선, 동아는 역사에 반역하지 말라. 정권을 농락하지 말라. 노무현 대통령이나 나나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라고 격앙된 감정을 그대로 표출했다.

이 총리는 "조선은 시대에 뒤떨어졌다. 조선과 동아는 내 손바닥안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라를 자신들이 쥐고 흔들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권력인 척 하지말고 역사를 왜곡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그동안 동아일보가 나를 얼마나 공격했느냐. 아침마다 조선일보를 읽고 있지만 한번도 조선이 역사의 흐름에 맞게 쓴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데일리에 따르면 빡빡한 일정을 강행군한데다 폭탄주 몇잔이 돌면서 다소 흥분한 이 총리는 처음에는 일부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발언을 피하려 있으나 불편한 질문이 이어지자 거의 일방적으로 말을 쏟아냈다는 것.

이 총리는 "조선일보는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다"면서 "조선일보가 별소리를 다해도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그는 배석한 보좌관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국가보안법 폐지만 주장한 것이 아니라 대체보안법과 형법개정을 같이 주장했지만 조선은 왜곡 보도했다"고 지적하며 비난을 이어갔다.

또 "자유경쟁체제를 인정하면서 탈락한 자에 대해서도 인정해야 한다. 자유기본 질서 위에서 사회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며 "우리는 유럽기준으로 보면 중도우파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이어 "참여정부는 KT, POSCO 등을 민영화했고, LG칼텍스 사태와 같이 원칙론적으로 해결하고 있다"면서 "우리를 사회주의 정권으로 보고, (조선일보가)걸핏하면 용공으로 몰아 이데올로기 문제로 몰아간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총리는 ‘집권하면서 보수화된 것 아니냐’는 일부 언론의 지적과 관련, "국가는 약간 보수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확 보수로 돌아서면 좋아할 사람이 많겠지만 국가잠재성은 줄어든다"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계속해서 이 총리는 "한나라당 식대로 하면 역사는 퇴보한다. (한나라당 처럼)북한지원을 반대하면 북한은 붕괴한다. 우리는 북한의 급격한 붕괴를 원하지 않는다"며 "역사발전에 기여해야지 자기를 위해서 역사를 왜곡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자리를 파하면서 자신이 발언한 내용들을 다시 한번 추스르 듯 "타협해서 보수세력의 부당한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 부당한 요구에도 응하지 않을 것이며 도덕적으로 절대 타락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절대로 보수언론의 왜곡 보도에 굴복하지 않는다"고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고 이데일리는 전했다.

이 총리와 자리를 함께했던 관계자들은 "국회의원이 아닌 국무총리가 해외순방길에서 국내언론사와의 갈등을 그대로 표출한 것은 신중하지 못한 태도"라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고 이데일리는 전했다.

▶李총리, 조선-동아일보 비판 발언요지

디지털뉴스팀·동아닷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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