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인 C의원은 그런 지적이 몹시 못마땅한 모양이다. 그는 “매일 정쟁(政爭)을 비판하는 보도가 쏟아지는데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일부 상임위원회를 빼고는 과거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잘되고 있다. 그런데도 구태(舊態)다 정쟁이다 하는 것은 오보다”고 말했다.
나름대로 열심히 뛴 의원들은 같은 심정일 것이다. 실제로 일부 초선의원은 활약이 돋보였다. 한 의원은 이자 손실 등 부처의 자금운용 허점을 샅샅이 찾아내 장관으로부터 ‘공부를 가장 많이 한 의원’으로 꼽혔다. 또 다른 의원은 전국의 폐광을 직접 돌며 오염실태를 사진과 동영상에 담아 자료집을 만들었고, 수도권 곳곳을 돌며 야간 소음수치를 측정했다. 기업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새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의 농도가 기준치를 크게 넘고 있음을 측정해 ‘새집증후군’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일깨운 의원도 있었다.
피감기관의 자료를 받아 다시 추궁하는 손쉬운 방식에서 벗어나 자신이 직접 발로 뛰어 문제점을 찾아내고 부처의 대책마련을 촉구한 것이다. 이들은 여론조사 설문조사 실태조사 등을 병행하면서 공신력 있는 연구기관을 적절히 활용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처럼 열심히 뛴 의원이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소수라는 점이다. 기대를 모았던 초선의원 187명 중 일부만이 ‘정책 국감’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대부분의 의원은 지난 국회와 같은 구태를 그대로 반복했다. 당파성에 매몰된 일방적 추궁, 한건주의 식 폭로, 재탕 삼탕의 질문, 고자세 질의가 여전했다. 감사원의 지적사항을 조금 바꿔 자신이 독자적으로 제기한 문제인 것처럼 질의한 의원도 있었다. 일부는 소화된 지식이 아니라 암기된 지식으로 접근했고, 그러다 보니 피감기관장이 다소 어설픈 답변을 해도 후속질문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목소리는 높았다.
어느 의원은 국감장에 나온 피감기관의 간부들을 자리에서 일으켜 세우면서 자질이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했다. 또 다른 의원은 피감기관 임직원들을 3분 정도 자리에서 일으켜 세워놓고 윽박질렀다. 내세울 것이라곤 선수(選數)와 구시대의 철 지난 권위밖에 없는 허명(虛名)의 의원들이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이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되고 만다. 직장에서도 실력을 갖추지 못하면 구조조정의 칼바람을 맞을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도 예외일 수 없다. 비단 국감뿐이 아니라 모든 국회활동이 다 마찬가지다. 아무리 선출직이라지만 공부하지 않고 제대로 의정활동을 하지 못하면 다음 선거에서 걸러질 수밖에 없다. 당선만 되면 4년은 놀고먹어도 된다는 생각은 더는 통하지 않는다. 정책이 없는 선동, 이론이 없는 웅변의 시대는 끝났다.
요즘 ‘고교등급제’를 가지고 논란이 많다. 의원들도 의정활동에 따라 등급을 매겨보면 하위권이 수두룩할 것이다. C의원의 항변도 모든 의원을 묶어 도매금으로 비난하지 말고 등급을 매겨 평가해 달라는 주문이 아닐까.
송영언 논설위원 youngeon@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