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석동빈]보따리商이 우라늄 들여왔다니…

  • 입력 2004년 10월 19일 18시 23분


18일 오후 10시반 부산해양경찰서 사무실. 경찰서장 등 5, 6명의 간부가 상부에 보낼 보고서를 작성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날 오후 9시경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우라늄이 밀반입돼 부산해경이 조사를 했다”는 방송 보도가 나왔기 때문.

이승재 해양경찰청장 등에게서 사실 확인 전화가 잇따라 걸려 왔지만 해경은 이때까지도 사건의 전말을 정확하게 정리하지 못하고 있었다.

해경은 처음에는 ‘중국동포 무역상이 6월 8일 부산 감천항 내 감천항출장소에 우라늄이 든 캡슐을 놓고 가 같은 달 16일 보안계가 인수한 뒤 한국원자력연구소에 검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뒤늦게 보안계에 불려온 감천항출장소 이모 경사의 진술은 달랐다. 5월 신원을 알 수 없는 중국동포가 휴대전화로 국제전화를 걸어와 ‘우라늄을 한국으로 보낼 테니 분석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

이 경사는 “중국동포가 결국 보따리상을 통해 인천항으로 우라늄 캡슐을 보냈고 이 보따리상이 6월 5일 택배 편으로 출장소로 보내 와 즉시 보안계에 인계했다”고 주장했다.

해경측은 우라늄 캡슐이 감천항출장소에 도착한 날짜와 보안계가 인수한 날짜에 차이가 나자 보고서를 고쳐 모두 16일로 맞췄다.

전화통화 기록과 택배배달 기록 등을 차근차근 조사해 사건의 진상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는데도 상부에서 재촉하자 억지로 끼워 맞춘 보고서를 허둥지둥 만든 것이다.

이번에 반입된 우라늄 샘플은 우라늄235가 0.7% 포함된 천연우라늄으로 핵폭탄의 원료로 쓰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렇게 본다면 이번 우라늄 샘플 반입은 일종의 해프닝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아무리 천연우라늄이라 해도 어떻게 보따리상이 쉽게 국내로 반입할 수 있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또 경찰이 대처 과정에서 보여 준 허술함도 문제다. 더구나 지금은 국제테러조직 알 카에다가 한국을 테러 목표로 경고해 불안감이 큰 상황 아닌가.

해경은 사건의 진상을 파악해 ‘위험물질’의 반입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야 할 것이다.

석동빈 사회부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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