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10월 20일 호주 시드니항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자리 ‘베넬롱 곶’에 새하얗게 빛나는 거대한 조가비 10개가 모습을 드러냈다.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개관식. 정작 오페라하우스를 설계한 우촌씨는 참석하지 못했다.
1950년대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정부는 ‘나라를 대표할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 전 세계 건축가를 대상으로 설계 공모전을 열었다. 1957년 1월 덴마크인 우촌씨의 조가비 모양 도안이 233명이 낸 경쟁 작품을 물리치고 당선작이 됐다.
공사는 1959년 시작됐다. 그러나 도면이 현실적인 건축물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이 들어갈지는 우촌씨 자신도 몰랐다. 개관식까지 걸린 공사기간은 14년, 총공사비는 당초 예상의 10배를 넘는 1억호주달러(약 830억원).
‘그림’은 아름다웠지만 이를 ‘건물’로 만드는 과정에서 건축 구조상의 문제들이 드러났다. 조가비 모양의 지붕들을 안정감 있게 버텨줄 토대부터가 문제였다.
우촌씨는 잘라낸 오렌지 껍질에서 영감을 얻어 조가비의 각 부분을 하나의 구면(球面)에서 잘라내는 방식을 도입했다. 이 부분의 재설계에 2년이 걸렸다. 높이가 67m에 이르는 조가비들을 덮는 데는 타일 100만여장이 쓰였다.
예산 초과와 공사 지연에 대한 논란이 일자 정부는 1966년 비용을 줄이기 위해 설계 수정을 요구했다. 우촌씨는 이를 거부해 공사에서 배제됐고 피터 홀 등 3명의 호주 건축가팀이 공사를 맡았다. 새 팀은 비용 절감을 위해 내부 설비 등을 대폭 축소했다.
오페라하우스는 건축학계에 ‘기능이냐 모양이냐’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조형미가 기능성이나 경제성보다 우선할 수 있다’는 새로운 사조의 대표 주자로 현대 건축사에 기록됐다.
1999년 호주 정부는 2009년까지 약 3억호주달러를 들여 오페라하우스를 대대적으로 보수하기로 했다. 1966년 중도 하차했던 우촌씨는 이번 보수 공사의 자문에 응하고 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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