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로마의 하층민’… 로마, 그 화려함의 이면

  • 입력 2004년 10월 22일 17시 16분


◇로마의 하층민/임웅 지음/236쪽 1만2000원 한울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 흠뻑 빠져 본 사람이라면 로마시대는 영웅들의 각축장이었음을 알 것이다. 그러나 그 화려한 이면에는 검투사, 매춘부, 도시빈민, 소작인 등 하층민들의 고된 삶과 비참한 생활이 있었음을 이 책은 전하고 있다.

검투사 대부분은 노예 신분으로 사회적 불명예라는 낙인이 찍힌 약자이자 소외집단이었다. 죽을 때까지 싸우는 기술을 제외하면 달리 내세울 만한 자질이란 것은 없었다. 영화 ‘글래디에이터’에서 보던 것과는 달리 검투사들끼리의 싸움은 미리 짜고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열광하는 관중이 승부에 진 검투사를 죽이라고 요청해도 승리한 검투사는 그를 죽이는 척했을 뿐이다. 그러나 검투사들이 사자, 곰, 코끼리 등 야수들과 싸우게 되고 사상자의 비율이 급증하면서 검투사는 쇠퇴의 길을 걸었다.

로마인에게 매춘은 없어서는 안 될 장사였다. 매춘업에 종사하는 여성은 부모로부터 전혀 유산을 물려받지 못했거나 남편이 없어 생계를 꾸려나가지 못하는 하층민이었다. 버려진 신생아, 해적의 포로가 된 여자아이, 강간당한 젊은 여성들은 매춘을 하도록 강요받았다. 1세기 클라우디우스 황제의 부인인 메살리나처럼 상류계층 여성 중에서 자발적 매춘을 한 사람도 있긴 했으나, 대부분의 매춘여성은 빈곤 때문에 매음굴과 유곽으로 내몰린 하층민이었다.

로마의 도시빈민은 불완전 취업자, 사회에서 낙오돼 생활능력을 상실한 자, 가장 비천한 직업에 종사했던 자들로서 거지가 대표적이었다. 당시 로마에는 질병, 고령, 노후생활에 대한 안전장치라는 것이 없었다. 기원전 1세기경 로마에 식량위기가 닥쳤을 때 도시빈민들은 시위를 벌이며 이주, 아이 유기 같은 방법을 택하거나 스스로 죽어갔다. 이런 비참한 생활조건 때문에 이들은 때로 부유층에 대해 갑작스럽게 분노를 폭발하곤 했다.

2세기경 정치적 무질서에다 경제 침체가 더해져 제국을 관리하기 위한 재정 지출이 늘고 조세 압박이 거세지자 소작인들은 수확량의 절반을 소작료로 지불해야 했다. 생계가 막연해진 소작인들은 농토를 버리고 도시로 도망쳤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지주들은 더욱 철저하게 소작인들을 예속했다. 도망친 소작인이 잡히면 노예처럼 쇠사슬로 결박당했고 강제노역에 동원됐다.

저자는 로마 사회의 지배 엘리트 집단과 이들 하층민간에 나타난 끊임없는 갈등과 타협, 적응 과정이, 빈부의 차가 격심해지고 있는 현대사회의 계층간 갈등과 화합 문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설명한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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