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반전(反戰) 연극이라 할 ‘리시스트라테’는 지난해 3월 이라크전쟁 발발 직전에도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전쟁을 반대하는 연극인 모임’ 주도로 ‘리시스트라테’ 대본이 세계 도처의 극장에서 낭독된 것. 당시 덴마크의 한 여배우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부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부인은 남편들이 ‘그 짓거리’를 그만둘 때까지 동침하지 말아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하지만 ‘평화가 없으면 섹스도 없다(No Peace, No Sex)’는 선언은 결국 무위로 끝났다. 지목받은 유명 여류인사들의 ‘비협조’ 때문이었나?
▷이번엔 미국 대통령 선거전에 ‘섹스 거부 위협’이 등장했다. ‘투표자(Voter)’와 ‘오르가슴(Orgasm)’을 합성한 ‘보터가슴(Votergasm)’이란 인터넷 사이트다. 이 사이트에 가입한 회원은 투표를 하지 않은 사람과는 차기 대선 때인 2008년까지 섹스를 하지 않기로 맹세하는 캠페인이란다. 사이트 대변인은 “투표와 섹스는 미국인이 되는 일에 참여할 수 있는 두 가지 방안”이라고 역설했다. 젊은 세대의 투표율을 높이는 방법도 참으로 가지가지란 생각이 든다.
▷슬며시 엉뚱한 상상이 떠오른다. 만약 우리 대통령과 정부 관료들, 여야 국회의원, 노동계 교육계 등 모든 사회단체 간부의 부인들이 일제히 ‘파업’에 들어간다면? 소모적이고 분열적인 정쟁(政爭)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면서 말이다. 잘만 되면 우리나라를 뒤덮고 있는 온갖 분열 요인들이 한 방에 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송문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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