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일본 패망 때까지 2500여명의 인간폭탄이 섶을 지고 불로 뛰어 들었다. 성공 확률은 겨우 6%. 가미카제는 군사작전이라기보다 적에게 두려움을 주는 심리전적 성격이 더 컸다.
가미카제의 장비는 비행기와 어뢰였다. 글라이더와 보트도 있었다. 이를 고안한 사람은 일본 항공부대의 오니시 다키지로 해군 중장. 그는 마지막까지 일본이 항복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다가 패전 다음 날인 1945년 8월 16일, 가미카제 영령들에 대한 사죄를 담은 유서를 쓰고 자살했다.
미국 위스콘신대 인류학과 오누키 에미코 교수는 최근 가미카제 병사의 85%가 고등교육을 받은 학도병이었고 이 중 많은 수가 당시 동아시아 최고 대학이었던 도쿄(東京) 데이코쿠(帝國)대 출신이었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전한다(‘사쿠라가 지다 젊음도 지다’ 중). 이들은 대부분 진보 급진 사상이나 휴머니즘과 이상주의에 몰두했다.
가미카제는 국가주의의 희생양이며 특히 일본적 사쿠라 미학에서 출발한다는 것이 오누키 교수의 진단이다. 하지만 대원들이 남긴 수기와 편지를 통해 그들의 내면으로 더 들어가 보면 전쟁이라는 혼돈상황에 직면한 내면적 불안이 국가주의와 접목된 정신이상적 행동이었음이 드러난다.
그렇다면 현대의 자살은 어떠한가. 순교나 가미카제 같은 자살은 요즘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에게서나 찾아 볼 수 있지만 자살자의 수는 전 세계적으로 급증했다.
전쟁이나 초(超)인플레이션, 페스트(흑사병) 같은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면 자살자나 우울증, 편집증 등 정신이상자들이 감소하지만 어려움이 극복되면 평소대로 그 수가 회복된다고 브라질의 소설가 코엘류는 소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에서 말한 바 있다. 현대인의 자살은 각종 조건이 양호할 때에만 정신이 이상해지는 인간들의 사치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하기야 인간이란 삶에서 기대했던 대부분을 마침내 얻게 되었을 때 역설적이게도 삶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는 이상한 동물이 아닌가.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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