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커룸]현대의 ‘아킬레스건’ 3루수비

  • 입력 2004년 10월 25일 00시 33분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금방 표시가 난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공통적으로 지적된 현대 수비의 ‘아킬레스힘줄’은 ‘핫코너’인 3루.

병역 비리에 연루된 주전 3루수 정성훈이 출전할 수 없어 현대 김재박 감독은 부득이 클리프 브룸바(30)를 3루 자리에 세울 수밖에 없었다.

미국 델라와대 출신의 브룸바는 1996년 미국 프로야구 텍사스 레인저스에 신인지명 됐을 때의 포지션이 원래 3루수였고 프로에서 내외야를 두루 소화해냈다.

하지만 최근 3년간은 외야수로만 뛰어 내야수로서의 감각이 많이 떨어진데다 3루는 강하고 빠른 타구가 가는 ‘핫코너’. 브룸바는 시즌 막판 3루수로 3경기를 소화했으나 수비 감각을 되살리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한국시리즈 1, 2차전에선 브룸바의 수비 실력이 검증될 수 없었다. 1차전에선 고작 1개, 2차전에선 2개 등 세 차례 수비 기회밖에 없었기 때문.

하지만 3차전에서 브룸바는 1회 말 어이없는 실책으로 경기 흐름을 완전히 바꿔 놨다. 삼성 선두 박한이의 평범한 땅볼을 놓쳐 주자를 내보낸 것. 1회 초 현대가 선취득점해 분위기가 좋았음을 감안하면 삼성 다음타자 김종훈의 2점 홈런으로 연결된 브룸바의 실책은 치명적이었다.

발놀림이 원활하지 않아 수비폭이 한정된 브룸바는 4회에도 1사후 3루수와 유격수 사이로 가는 조동찬의 타구를 적극적으로 수비하지 않아 내야 안타를 만들어 줬다. 삼성은 이 이닝에서도 2득점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대구=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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