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마침표 못찍은 ‘가을의 전설’…4차전도 무승부

  • 입력 2004년 10월 25일 23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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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야구 100년사에 남을 최고의 명승부가 벌어졌다.

삼성 선발 배영수는 프로 최장인 10이닝 무안타 무실점의 빛나는 역투를 했지만 완투가 아니어서 노히트노런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진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현대의 7회초 공격까지 양 팀 모두 단 한명의 주자도 누상에 남기지 않은 무 잔루 경기가 펼쳐졌고 경기가 종료된 연장 12회까지 전광판은 온통 0으로 가득 찼다.

2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4차전은 양 팀이 1승1패1무로 동률을 이룬 가운데 에이스끼리 격돌, 우승의 분수령이 될 중요한 일전. 배영수와 현대 피어리가 벌인 투수전은 3차전까지 이어진 난타전을 뛰어넘는 재미와 긴장, 그리고 감동을 선사했다.

이날의 주연은 단연 배영수. 1차전에선 패전투수가 됐지만 이날 그의 공은 최고 시속 150km를 연방 찍어댔고 자로 잰 듯한 절묘한 제구력과 주무기인 슬라이더, 체인지업이 홈 플레이트에서 마치 춤을 추는 느낌이었다.

이런 배영수의 가슴에 못을 박은 선수는 현대 유격수 박진만. 삼성의 7회말 2사 1, 2루 찬스에서 김한수의 가운데 안타성 타구를 2루 베이스 너머까지 쫓아가 슬라이딩 캐치한 뒤 몸을 한 바퀴 뒤집어 2루수에게 송구해 1루주자를 잡아내는 환상 수비를 선보였다.

곧 이어 현대의 8회초 공격 때는 2사후 풀카운트 실랑이 끝에 볼넷을 골라 배영수의 퍼펙트 행진에 종지부를 찍었다. 배영수가 8회 2사까지 기록한 23타자 연속 범타는 1991년 한화 송진우(당시 빙그레)가 해태와의 3차전에서 세운 한국시리즈 기록과 타이. 차이가 있다면 송진우는 대타 정회열에게 볼넷을 내준 뒤 곧바로 4실점하고 무너져 졸지에 역전패의 멍에까지 뒤집어 쓴 것.

박진만은 또 연장 11회초에는 삼성의 바뀐 투수 권오준을 상대로 1사후 중견수 앞으로 굴러가는 안타를 날려 노히트노런의 위기에서 팀을 구해냈다.

한편 피어리는 6회까지 탈삼진 8개에 볼넷 없이 2안타 무실점의 호투를 펼쳤고 양 팀 구원투수진도 모두 무실점으로 경기를 끝냈다.

이로써 사상 처음으로 2차전과 4차전을 무승부로 장식한 올 한국시리즈는 최장 9차전까지 일정이 잡히게 됐다. 9차전 장소는 잠실구장이지만 날짜는 미정이다.

대구=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밤 새워서라도 승부 내야▼

▽삼성 김응룡 감독=메이저리그처럼 내일 아침까지라도 경기를 해 승부를 내야 하는 것 아닌가. 이 모양이니 선진야구를 못하고 퇴보하는 것이다. 무승부에 대해선 양쪽 다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배영수는 노히트노런을 했으니 잘 던졌다. 5차전에는 호지스를 선발로 내보내겠다.

▼배영수 위력투 공략 힘들어▼

▽현대 김재박 감독=무승부로 끝나 다행이다. 배영수는 정규리그 때보다 직구 스피드와 변화구의 제구력이 너무 좋아져 공략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우리 타자들의 스윙이 너무 큰 것도 문제다. 조용준은 오늘 47개의 많은 공을 던졌지만 하루 쉬면 괜찮을 것이다. 남은 경기 선발 투수 운용에 대해선 아직 준비가 안됐다.

▼한국시리즈 4차전 기록실▼

▽삼성 배영수 프로 첫 10이닝 노히트노런(완투가 안돼 비공식 기록)

▽포스트시즌 첫 0-0 무승부

▽포스트시즌 첫 한 시리즈 2회 무승부

▽포스트시즌 양 팀 최다 탈삼진 27개

▽한국시리즈 양 팀 경기 개시 연속이닝 무 잔루 경기 6이닝

▽한국시리즈 양 팀 최소 안타 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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