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천정배 대표 현실인식 문제 있다

  • 입력 2004년 10월 26일 18시 24분


코멘트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의 26일 국회 연설은 집권 수뇌부의 잘못된 현실인식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국민 다수의 뜻과 거리가 있고, 법치(法治)와 어긋나는 얘기가 적지 않았다. 경제 난국에 대한 처방도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천 대표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형법의 내란죄 규정을 보완하는 등 이른바 ‘4대 입법’의 정기국회 처리 방침을 거듭 밝혔다.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 훼손, 국민기본권 침해, 사유재산권 및 시장경제 기본질서 침해, 형벌불소급원칙 위반 등 위헌 소지가 있는 데다 여론과 야당의 거센 반발이 있는 법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어쩌자는 것인가. 이러니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까지 나서 “북한 정권이 할 일을 열린우리당이 대신하고 있다. 언론엔 족쇄를 채우려는 반면 북한 정보원들의 일은 쉽게 만들어 주고 싶어한다”며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여권은 이런 부끄러운 상황까지 온 데 대한 성찰(省察)부터 해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수도 이전 위헌 결정에 대해 “효력은 인정하지만 결정을 둘러싼 논란이 사회의 건강성을 보여 준다”고 한 발언은 헌법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다. 이미 대통령이 수용의사를 밝힌 마당에 여권 일부와 ‘친노(親盧) 세력’의 헌재 흔들기를 더욱 부추기지 않을지 걱정이다.

재정확대 정책도 문제다. 일시적으론 경제적 고통을 완화할 수 있지만 부작용을 피하기 어렵다. 1997년 60조원이던 나랏빚은 올해 200조원을 넘어섰다. 빚내서 경기를 띄우는 정책을 남발하면 나랏빚은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재정은 국가경제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사회간접자본(SOC)과 교육, 복지시설 투자에 연기금을 동원하겠다는 발상도 위험하다. 경제성과 효율성이 없는 부문에 투자가 남발돼 국가 자원이 낭비될 가능성이 높다. 여당은 투자, 소비 등 민간부문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는 반(反)시장적, 이념형 정책에 대한 아집을 버리고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각종 ‘덩어리 규제’를 대폭 개선하는 일부터 해야 한다.

천 대표는 여당의 개혁이 ‘경제를 위한 개혁’이라고 주장했지만 설득력이 없다. 민의(民意)를 거스르는 개혁은 나라를 갈등과 분열로 몰아 국정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결국 경제도 더 어렵게 만들 뿐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