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48기 국수전…도도한 흐름

  • 입력 2004년 10월 26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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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에서는 수읽기나 계산능력 외에 상상력도 승부에 영향을 미친다. ‘수읽기가 빠르다’, ‘끝내기를 잘한다’가 일류의 기본이라면 ‘상상력’은 한 단계 더 올라가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다. 프로 기사들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수읽기 등 물리적인 요소를 가늠하는 실력은 엇비슷해진다. 이럴 경우 어디부터 시작해 판을 짜나갈 것인가를 구상하는 상상력이 승부의 관건이 된다.

유창혁 9단은 ‘상상력’이 뛰어난 기사다. 그의 바둑엔 상대에게 한번도 우세를 내주지 않는 명국이 많다. 그의 바둑 흐름에 한번 걸리면 도도히 흐르는 강물에 휩쓸린 것처럼 거스르기 어렵다.

흑 59부터 판을 정리해가는 감각은 역시 일류급이다.

백 60은 불가피하다. 참고 1도 백 1의 마늘모 행마로 흑 한점을 잡으러 가면 흑 8까지 백이 곤란하다. 백이 우변 흑을 잡는다 해도 흑 ‘A’ 등이 선수로 들어 백 ‘B’로 두는 수가 없어지면 상변 백 대마가 다시 잡히기 때문.

흑은 굳이 59 한점을 살려나올 생각이 없다. 골치 아프게 수읽기를 할 필요가 없다. 흑 59를 적당히 버릴 작정이다. 흑 65까지는 간명한 처리법. 이어 흑 67로 하변을 지키자 흑의 우세는 계속 유지된다.

백 68은 비튼 수. 참고 2도 백 1처럼 뛰어나가는 게 정수지만 흑 6까지 백으로선 더 이상 해볼 데가 없다.

그러나 흑 69, 71의 연타가 백을 괴롭힌다. 흑 75로 단수 쳐서 참고 2도보다 흑이 더 좋은 결과가 됐다. 백이 몸부림치지만 흑의 그물은 더욱더 죄어온다.

해설=김승준 8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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