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혁 9단은 ‘상상력’이 뛰어난 기사다. 그의 바둑엔 상대에게 한번도 우세를 내주지 않는 명국이 많다. 그의 바둑 흐름에 한번 걸리면 도도히 흐르는 강물에 휩쓸린 것처럼 거스르기 어렵다.
흑 59부터 판을 정리해가는 감각은 역시 일류급이다.
백 60은 불가피하다. 참고 1도 백 1의 마늘모 행마로 흑 한점을 잡으러 가면 흑 8까지 백이 곤란하다. 백이 우변 흑을 잡는다 해도 흑 ‘A’ 등이 선수로 들어 백 ‘B’로 두는 수가 없어지면 상변 백 대마가 다시 잡히기 때문.
흑은 굳이 59 한점을 살려나올 생각이 없다. 골치 아프게 수읽기를 할 필요가 없다. 흑 59를 적당히 버릴 작정이다. 흑 65까지는 간명한 처리법. 이어 흑 67로 하변을 지키자 흑의 우세는 계속 유지된다.
백 68은 비튼 수. 참고 2도 백 1처럼 뛰어나가는 게 정수지만 흑 6까지 백으로선 더 이상 해볼 데가 없다.
그러나 흑 69, 71의 연타가 백을 괴롭힌다. 흑 75로 단수 쳐서 참고 2도보다 흑이 더 좋은 결과가 됐다. 백이 몸부림치지만 흑의 그물은 더욱더 죄어온다.
해설=김승준 8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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