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축하드립니다. 두 신문을 공격한 후 지지 세력들에게서 찬사를 들으며 차기 대선후보 반열에 올랐고, 행정자치부와 문화관광부 장관도 총리의 ‘취중본색(醉中本色)’을 지지하고 나섰더군요.
저는 동아일보가 적잖은 역사적 과오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상황 아래에서 최선을 다해 반(反)독재 민주화 투쟁의 일선에 서 왔다고 자부합니다. 조선일보 또한 제일 좋은 신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완성도는 가장 높은 신문이라고 봅니다. ‘까불기’만 했다면 두 신문이 어떻게 1, 2위를 다투며 84년을 살아남을 수 있었겠습니까.
동아 조선이 대통령과 총리를 흔들었다는 것은 피해망상입니다. 총리의 말대로라면 두 신문의 영향력이 30%도 안 되는 데다 이 정권 들어 대통령, 총리와 단독 인터뷰 한번 못하지 않았습니까. 동아일보는 총리의 ‘손아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독자의 ‘가슴 속’에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합니다.
총리께서는 전두환 노태우 군사정권은 용납할 수 있지만 동아 조선은 절대로 용서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저로서는 죗값을 치른 전, 노 두 전 대통령은 용서해도 이 정부는 결코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전 전 대통령은 물가 안정과 서울올림픽 유치 공로가 있고, 노 전 대통령도 상당 부분 민주화의 이행(移行) 과정에 기여했다고 봅니다. 참여정부는 막말로 국격(國格)을 떨어뜨리고 세대간 계층간 갈등만 심화시키지 않았습니까. 이렇게 집요하게, 지속적이고 습관적으로 특정 신문을 괴롭히고 모욕하는 정권이 세상 어디에 있었습니까.
동아 조선은 아무리 노력해도 ‘영원한 야당’일 것이라고 한 것은 고마운 말입니다. 신문이 정권으로부터 그런 소리를 듣는 것은 언론의 정도(正道)를 걷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동아일보에는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에 연루돼 구속된 ‘아름다운 청년 이해찬’이 그 서슬 퍼런 군사법정에서 조금도 주눅 들지 않고 민주화에 대한 소신을 털어놓던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골수 운동권이 5선 국회의원과 교육부 장관, 그리고 총리에 오르는 동안 그를 아끼고 지지했던 신문에 군사독재 정권은 물론 문민 국민 참여정부에 이르도록 핍박과 세무사찰, 모욕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과거 총리께서 운동권과 재야에서 핍박과 고통을 받고 있을 당시 동아일보를 제외한 신문과 TV가 어떤 식으로 매도했는지도 곰곰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총리께서 왜 느닷없이 해외순방 중에 동아 조선을 공격했는지 궁금했습니다. 혹시 항간에 떠도는 소문처럼 이틀 후 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은 위헌’이란 결정을 내리리란 소식을 듣고 순간적으로 감정을 억제하지 못한 나머지 충동적 발언을 한 것은 아닌지요. ‘수도 이전 굿판’은 끝났습니다. 이제 분노와 증오를 거두고 총리의 제자리로 돌아가기 바랍니다.
오명철 논설위원 osc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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