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발효되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은 겉으로는 인간복제를 금지하는 법률로 보이지만 인간배아복제 실험의 길을 열어 놓고 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와 종교단체 등은 여러 차례 우려를 표명하고 당국에 재고를 요청했으나 정부는 산업계와 과학계의 주장에 밀려 애매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최근 월간 ‘신앙세계’ 창간 44주년을 기념해 열린 ‘인간배아복제와 생명윤리법’ 세미나에서 이런 문제점들이 논의됐다. 발제자로 나선 김일수 교수(고려대·법학)는 생명윤리법이 배아를 생명으로 보지 않아 인간 존엄성 의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으며, 강경선 교수(서울대·수의학)는 인간 존엄성을 해치는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으로 성체줄기세포와 제대혈(臍帶血) 연구를 소개했다. 또 패널인 신동일 박사(형사정책연구원)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연구에 왜 감사의 역할이 없느냐”고 지적했다. 이같이 각계의 우려가 큰 상황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려는 정부의 노력이 절실하다.
만일 이대로 생명윤리법이 확정 시행되면 매년 실험을 통해 수십만의 인간배아가 살해될 것이다. 그뿐 아니라 인간개체복제가 현실화될 것이며 생명 경시 풍조로 인한 폭력과 자살의 증가, 유전자 조작을 통한 생명의 상업화 등이 가속화돼 인간이 인간의 생명을 지배하려는 인류 종말의 시대로 치닫게 될 것이다.
전쟁과 테러 같은 거시적 폭력 외에 실험실에서 소리 없이 자행되는 폭력도 생명의 존엄성을 침해한다는 인식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박상은 샘안양병원장·보건복지부 생명윤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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