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軍 철책선 발표 믿기 어렵다

  • 입력 2004년 10월 27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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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발생한 중부전선 최전방 철책선 절단사건에 대한 군(軍) 당국의 설명에는 석연치 않은 대목이 너무 많다. 합동참모본부는 사건을 불과 10여시간 조사한 후 ‘민간인에 의한 월북(越北)일 가능성이 크다’고 잠정 결론을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한 여론은 한마디로 ‘못 믿겠다’는 것이다. 국방부 홈페이지에 쇄도한 누리꾼(네티즌)의 비난이 이를 말해준다.

민간인이 남방한계선까지 무사통과해 3중 철책을 뚫었다는 사실 자체가 비현실적이다. 설령 민간인이 월북을 시도했다고 해도 중국 등 상대적으로 쉬운 경로를 통하지 않고 지뢰가 깔린 비무장지대를 건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되는 일인가. 군은 철책선 절단수법과 흔적 등을 민간인의 소행이라는 근거로 내세웠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군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는 없는지 따져볼 일이다.

군이 검증되지 않은 사실을 서둘러 발표한 경위도 의문이다. 최고 수위의 대(對)간첩 경계태세를 발동하며 소동을 벌이다가 하루도 안 지나 ‘민간인 월북’이라며 해제한 것에 정치적 배경이 작용하지 않았느냐는 의심을 살 만하다. 이번 일이 북한의 소행이었을 가능성이 커질 경우 국가보안법 폐지를 추진하는 집권당에 부담을 주고 남북관계에 지장을 줄까 우려한 것은 아닌가.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최전방 경계태세에 구멍이 나 있었다는 점이다. 국가안보를 책임진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도 구멍이 났다.

늦었지만 군 당국의 책임 있는 사태수습이 중요하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누가, 어떤 경로로 철책선까지 접근할 수 있었는지 진상을 밝혀내는 게 첫 번째 과제다. 이번 일에 책임 있는 관계자를 문책하고 최전방 경계태세를 재점검해야 함은 물론이다. 근본적으로는 군의 기강이 느슨해진 것이 우리 사회 전반에 번지고 있는 안보의식 해이 때문은 아닌지 심각하게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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