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질기고 질긴 축구계 먹이사슬

  • 입력 2004년 10월 28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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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축구팀 감독이 선수들을 데리고 동계훈련을 가면 그 지역 고교감독은 비상이 걸렸다. 대학감독 주변을 맴돌며 눈도장을 찍기 위해 뛰어야 했고 밤이면 2, 3차로 이어지는 술자리까지 마련했다.

선수의 학부모 역시 대학 진학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해야 했다. 원정경기 때마다 총출동해 선수단 뒷바라지를 해야 했고 팀 운영비도 대부분 학부모들이 댔다. 유명대에 진학을 많이 시키는 고교감독은 학부모들에게 왕처럼 군림했고, 대학감독은 이런 고교감독 위에 군림했다.

10여년 전만 해도 비일비재하던 이런 비리의 고리는 최근엔 잠잠한 듯했다. 그러나 27일 경찰청이 발표한 대학축구특기생 부정입학 적발사례에 따르면 비리의 고리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실력이 모자란 자식을 편법으로라도 대학에 보내려는 학부모, 넉넉지 못한 운영비와 봉급으로 돈이 궁한 대학감독, 학부모가 팀 운영비를 사실상 대고 있는 상황에서 선수들의 대학 진학에 목이 달려 있는 고교감독. 이런 체제 아래서 돈이 오가는 비리 고리가 좀처럼 끊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의 한 축구부 감독은 “대학만이 아니라 초중고교도 온갖 비리로 물들어 있다”고 자조 섞인 한숨을 토한다.

결국 일시적인 단속 수사로 입시비리를 근절하긴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 이용식 체육진흥공단 체육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체육행정학 박사)은 “특기생 제도를 없애고 공부와 스포츠를 병행하는 시스템을 확보하는 것만이 비리 고리를 끊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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