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거친 입’에 국회 파행…“한나라는 車떼기” 비난

  • 입력 2004년 10월 28일 18시 23분


한나라당과 동아 조선일보를 비하한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의 거친 발언으로 28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이 중단되는 등 정국이 급랭하고 있다.

국회 본회의 파행은 17대 국회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여야는 이 총리의 사과 여부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국회 파행은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날 오전 대정부질문에서 한나라당 안택수(安澤秀) 의원은 이 총리가 이달 중순 유럽 순방 기간 중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역사는 퇴보한다”고 발언한 데 대해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 총리는 “한나라당은 지하실에서 차떼기하고 고속도로에서 수백억원을 받은 당이다. 어떻게 좋은 당이라고 할 수 있느냐”며 이를 거부했다.

이 총리는 또 유럽 순방 중 동아 조선일보를 “역사의 반역자”라고 비난한 발언에 대해서도 “평소 느낀 것을 말한 것으로 책임질 사안이 없다”고 일축했다.

한나라당은 이 총리의 발언 직후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이 총리의 폭언과 망언은 한나라당을 지지한 국민에 대한 모독이자 헌법기관을 무시한 위헌행위”라고 규정하고 이날 오후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 일정을 전면 거부했다.

남경필(南景弼) 원내 수석부대표는 “이 총리의 사과가 없을 경우 향후 정기국회 의사일정 거부 문제도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열린우리당 내 중도 보수그룹인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 모임(안개모)’ 소속 의원들도 이 총리의 발언에 불만을 쏟아냈다. 안개모 소속 안영근(安泳根) 의원은 “과했다. 정리하고 넘어가는 게 낫다”며 사과를 주문했다.

한편 일부 여당 의원들은 대정부질문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이 총리가 야당과 비판언론에 적대적 태도를 취해 온 점을 비판했다.

열린우리당 김부겸(金富謙) 의원은 한국정치의 위기를 ‘이념 과잉과 정책의 과소’ 때문이라고 지적한 뒤 국가보안법 폐지 등 노 대통령의 이념문제 관련 발언에 대해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대통령이 취할 자세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 총리에 대해선 “최근 출타 중 총리의 언표(言表) 또한 총리답지 않았다”며 “‘특정 신문이 역사의 반역자다’ ‘특정 정당이 나쁜 것은 국민이 다 안다’라는 말을 무엇 하려고 하느냐”고 질타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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