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의 앵커가 뉴스를 진행한 기간을 합하면 약 70년이나 된다. 방송에 종사한 기간은 무려 130년. 이들은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현장에서부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전장, 베를린 장벽과 중국 톈안먼(天安門) 광장 같은 대사건의 현장을 취재하고 역사를 만들었다. 텍사스 출신의 남성적인 ‘카우보이 앵커맨’ 래더, 중서부 출신의 상식과 품위가 돋보인 브로코, 캐나다 출신으로 ‘긴급뉴스 큐레이터’로 불리는 제닝스는 각각 독특한 개성과 이미지로 미국인들의 신뢰와 사랑을 받아 왔다.
▷브로코는 ‘떠날 때가 됐다’는 이유로, 래더는 대선 기간에 발생한 오보사건을 계기로 물러나게 됐다. 뉴스 전문 케이블 TV와 인터넷을 비롯한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위기를 맞은 공중파 TV의 변신 필요성도 무시할 수 없는 퇴진 배경이다. 1990년대 초만 해도 3대 방송 뉴스의 전체 시청자가 하루 평균 3600만∼3800만명이나 됐다. 하지만 현재는 모두 한 자릿수 시청률에 전체 시청자가 2800만명에 머무르는 등 하락세에 있다. 1980년대와 90년대 초 이들의 막강한 영향력은 미국 정계를 쥐락펴락할 정도였다.
▷래더는 앵커직에서 물러난 뒤 탐사보도프로의 현장기자로 활동할 예정이다. 미국 대선을 10번이나 취재한 브로코도 방송계를 완전히 떠나는 건 아니다. 이들이 한 시대를 풍미한 것은 미국적 프로페셔널리즘, 수백만달러의 연봉과 영예가 보장되는 스타시스템과 철저한 자기 관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새삼스레 경험과 능력보다 외모와 정치적 배경이 중시되고, 유명세가 정계 진출 수단이 되는 한국 방송계를 떠올리게 된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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