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국제빙상연맹(ISU) 주니어그랑프리 파이널 대회에서 준우승을 하고 귀국한 7일 인천국제공항에서도 그랬다. 취재진이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되고 싶은지에 대해 물어도 한참 동안 묵묵부답. 답답해진 이치상 대한빙상연맹 행정부회장이 “미셸 콴(미국) 같은 선수가 되겠다고 해”라고 옆에서 재촉했을 정도.
이 말 없는 소녀 김연아가 ‘한국 피겨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중’이다. 국내에는 이미 적수가 없고 올해 첫 참가한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 2차와 4차에서 1위와 2위, 랭킹 8위까지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는 2위를 했다.
156cm, 38kg의 가냘픈 체구를 가진 김연아는 고생 끝에 여기까지 왔다. “두 마리 토끼를 쫓을 수 없어 학교는 포기했다”는 어머니 박미희 씨(45)의 말대로 얼음판 위에서 살다시피한다. 2년 가까이 학교는 시험 볼 때만 간다. 친구들도 점점 연락이 뜸하고 네 살 터울인 언니 애라는 ‘고3’이라 주말에만 본다. 거의 유일한 취미가 최근 시작한 미니홈페이지 관리.
이번 대회를 앞두고 김연아는 많이 울었다. 어머니 박 씨는 “욕심이 많아 연습할 때 기술이 성에 차지 않으면 굉장히 속상해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얼마나 긴장을 했던지 경기 중에 다리에 쥐가 나기도 했다.
평생의 라이벌도 만났다. 이번 대회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종합 성적에서 1위를 휩쓴 일본의 아사다 마오. 김연아와는 첫 대결이었던 아사다는 대회에서 점프해서 세 바퀴 반을 도는 ‘트리플 악셀’과 세 바퀴 점프를 연속 구사하는 ‘트리플 더블’을 했다. 김연아는 트리플 더블을 할 수 있지만 아직 완벽하지는 않다. 마침 둘은 동갑.
김연아는 “좀 쉬고 싶다”고 하지만 당장 내년 2월 28일부터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세계주니어선수권 대회가 열린다. 3위 이내 입상이 목표. 한국 피겨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김연아. 그의 모습이 안쓰러운 것은 왜일까.
인천=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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