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리한 흑은 75, 77로 어떻게든 우변 백을 물고 늘어진다.
백 78은 참고 2도 백 1로 날일자 행마를 하는 것이 더 깔끔했다. 그래도 백 90까지 백이 완생의 형태를 갖췄다.
고수들도 ‘이겼다’는 생각이 들면 소심해지는 것일까. 우변 백만 살면 이긴다고 본 윤준상 3단은 백 92로 두텁게 가일수를 한다.
그러나 백 92가 떨어지자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있던 유창혁 9단이 자세를 고쳐 똑바로 앉는다. 그는 백 92가 헛수에 가깝다는 것을 육감으로 깨달았다. 유 9단은 바둑판이 울리도록 흑 93을 내려놓는다. 우변 백대마를 공격하며 쌓은 중앙 세력과 상변 좌변의 두터움을 하나로 묶는 요처였다. 이 한 수로 흑은 백을 성큼 따라잡았다.
해설=김승준 8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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