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지역당 총책 황인오씨 “정형근 의원이 정치입문 제의”

  • 입력 2004년 12월 14일 11시 28분


'중부지역당' 총책 황인오씨(왼쪽)와 정형근의원.
'중부지역당' 총책 황인오씨(왼쪽)와 정형근의원.
이철우 열린우리당 의원의 ‘조선노동당 가입전력 논란’으로 여야가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당시 이 의원의 ‘윗선’이자 전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총책이었던 황인오씨가 “총선직전인 2004년 2월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과 공천권을 쥔 모 의원 등 두 세 사람으로부터 정치입문 제의를 받았다”고 폭로해 정국이 더 큰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어 갈 전망이다.

황씨는 17일 발매예정인 신동아(2005년 1월호)와의 인터뷰에서 “정 의원이 직접 전화를 걸어와 자기가 적극 밀 테니까 한 번 만나자고 했지만 정치에 뜻이 없어 만나지 않았다”면서 “(한나라당의 그 같은 제의를 보면서) 우리 같은 전력을 가진 사람도 이제 아무런 문제가 없구나, 이제는 거리낌 없이 살아도 되겠구나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철우 의원도 한나라당 공천을 받았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텐데, 그러지 않아서 지금 이 꼴을 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 동아는 이 의원이 황씨의 하부 조직원이었던 것을 지적하며 황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한나라당으로서는 이 의원의 과거 전력을 문제 삼는 명분에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정 의원은 황씨의 주장에 대해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라며 전면 부정했다.

정 의원은 “2월에는 당장 내 공천문제 때문에 정신없던 때였는데 다른 사람 신경 쓸 겨를이 있었겠냐”고 반문하면서 “황인오씨와 전화통화를 한 적도 있고, 한 번 만난적도 있지만 전혀 다른 일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 의원은 황씨와 접촉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지금은 이야기 할 때가 아니다”면서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황씨는 최근 불거진 정 의원의 고문시비와 관련해 “1980년대를 기준으로 하면 정형근 같은 사람 입장에서는 (1992년 중부지역당 사건 수사과정에서) 고문이 없었다고 생각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 사람들에게는 전기로 지지고 물 붓고 해야지 고문이지, 잠 안 재우고 때리는 정도는 고문도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씨는 또 이 의원이 가입했던 민족해방애국전선(민해전)은 중부지역당의 또 다른 이름으로 볼 수도 있고, 하부조직으로 볼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이 의원은 민해전이 중부지역당과 동일한 조직이란 것을 몰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는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이 의원의 조선노동당 가입’ 설을 부정한 것.

그는 ‘이 의원 파문’과 관련해 “한나라당은 야당을 하면서도 간첩을 이렇게 잘 만들어내는데 여당을 하면 얼마나 잘 만들어내겠냐”고 반문하며 “같은 사건으로 재탕, 삼탕하는 것을 보면서 (정 의원 등에게서) 제안이 왔을 때 차라리 한나라당으로 들어갈 걸 그랬지 싶다”고 밝혔다.

(상세한 인터뷰 내용은 신동아 1월호를 참조)

한편 이같은 사실이 알려진 뒤 열린우리당 임채정(林采正) 기획자문위원장은 “정형근 의원이 중부지역당 사건의 주범인 황인오씨 형제에 대해 입당을 권유했다는 보도가 있는데 정의원은 이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미(金賢美) 대변인은 기획자문위 브리핑에서 “정형근 의원 주장에 의하면 조선노동당원이 분명한 황인오씨에게 어떻게 입당을 권유할 수 있는 것인지, 이철우의원을 간첩이라고 매도할 수 있는 것인지 명백한 답변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임태희(任太熙) 대변인은 주요 당직자회의 브리핑을 통해 “당에서 입당을 권유한 적이 없다”면서 “했더라도 정 의원 개인이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해식 동아닷컴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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