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서부경찰서 최모 경감이 17일 언론사에 보낸 글 중의 일부다. 경찰청이 15일 최태영(崔泰榮) 창원중부경찰서장을 경남경찰청 보안과장으로 문책성 인사를 단행한 데 대해 과거 최 서장과 함께 근무했던 ‘동료’로서 공개적으로 항의한 것이다.
최 서장은 지난달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의원의 창원사무실에 있던 이병하(李秉河)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지역본부장의 연행을 지휘했다. 그 후 권 의원은 단식농성에 들어갔고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의 방문사과를 받아내고서야 농성을 풀었다.
최 경감은 “30년 경찰관 생활에 회의를 느낀다”면서 “이번 문책성 인사로 15만 경찰관의 어깨에 힘이 빠지지는 않았는지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최 경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치외법권 지대가 아닌 곳에서 정상적인 법 집행을 하고도 책임을 져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워 한마디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글을 접한 경남지역 경찰관들은 대체로 “조직과 상사의 입장을 생각하면 걱정도 되지만 잘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동안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정부의 대응 방식을 놓고 불만이 많았다. 체포영장이 발부된 용의자에게 자진출두를 권유했으나 거부해 수사관들이 연행했는데 왜 경찰관을 죄인 취급하느냐는 볼멘소리였다. 경찰 수뇌부도 연행 직후 법 집행의 정당성을 주장했으나 결국 정치적 입김에 묻혀버렸다.
민노당은 “권 의원이 이 본부장을 출석시키기로 한 상태에서 경찰이 난입한 것은 민노당에 대한 탄압이었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최 경감의 글에 대해 민노당 관계자는 “개인 차원인지 조직적인 대응인지를 알아본 뒤 적절한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건의 진행과정을 죽 지켜본 한 경찰 간부는 “법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적용돼야 한다. 정치권과 관련이 있는 사안이라고 이런 식으로 자꾸 흔들리면 어떻게 법을 엄정하게 집행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강정훈 사회부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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