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조수진]“진실과 인권…” 검찰의 고민

  • 입력 2004년 12월 23일 18시 31분


“실제로 벌어졌던 진실과 법정에서 재구성되는 진실이 자꾸 멀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송광수(宋光洙) 검찰총장이 22일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송 총장의 말은 ‘재판이 조서 중심에서 공판 중심주의로 변하고 있다’는 얘기를 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요즘 검찰은 ‘인권’과 ‘진실’이란 두 가지 가치 사이에서 고민 중이다. 피고인이 법정에서 “내가 진술한 대로 조서가 작성되지 않았다”고 부인하면 검찰 조서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도록 한 지난주 대법원 판례가 계기가 됐다.

한 검사장은 며칠 전 기자에게 “대법원 판례 때문에 무척 속이 상해 있다”고 솔직히 토로했다. 그는 “형사소송의 최종적, 그리고 최고의 목표는 실체적 진실을 정확히 밝히고 그에 합당하게 처벌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이를 위해 가장 적합한 제도가 무엇이냐를 따져야 한다. 우리 현실에서 공판 중심주의가 가장 적합하다면 공판 중심주의로 가는 것이고 적합성이 떨어진다면 다른 제도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검찰청의 한 고위 간부는 “솔직히 과거에 조서가 정확히 작성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으며 요즘의 일은 그 업보”라고 인정하면서도 “검찰에 남은 무기가 너무 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의 판례 변경이 아니더라도 공판 중심주의로의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것 같다. 또 인권과 진실은 검찰이 영원히 추구해야 할 ‘두 마리 토끼’로 어느 하나를 고르고 나머지를 버릴 수 있는 성격도 아니다.

하지만 실무에서 이 둘은 상충되기 쉽다. 송 총장이 9월 검사들을 대상으로 한 훈시 때 “국민은 무리한 수사를 바라지 않지만 무능한 검찰도 원하지 않는다”고 한 것도 이 두 가지를 병행하기가 쉽지 않음을 빗대어 표현한 말이 아닐까.

지금까지도 당연히 그랬어야 하지만 검찰은 앞으로 과학적이고 정교한 수사기법 개발과 활용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처지에 놓였다. 검찰이 인권과 진실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 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조수진 사회부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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