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의 명칭과 직제는 변덕스러운 날씨처럼 변화무쌍한 곡절을 거쳤다. 효시는 1908년 4월 대한제국 농상공부 대신 소속 ‘관측소’. 관측소는 일제강점기인 1912년 내무부 학무국 소관으로 이관됐다. 미군정기인 1947년 6월에는 문교부 관상국에서 기상업무를 맡았다.
1948년 8월 15일 정부 수립 때 발족한 ‘국립중앙관상대’도 문교부 소속이었다. 그러나 1963년 2월 ‘중앙관상대’로 개칭되면서 소속도 교통부로 옮겼다. 1967년 4월에 과학기술처로 소속이 다시 바뀌었다.
1982년 1월에는 ‘중앙기상대’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기상을 관측한다’는 ‘관상(觀象)’이 ‘얼굴 보고 운명을 판단한다’는 ‘관상(觀相)’과 혼동된다는 이유가 크게 작용했다.
1990년 12월 28일에야 ‘기상청’이란 현판이 걸렸다. 정부 출범 42년 만에 인사권과 예산권이 독립된 중앙행정기관이 됐다. 이날 현판식에 과학기술처 장관이 50분이나 지각할 정도로 기상청은 힘없는 부처였다. 그러나 최근 기상청이 다루는 날씨 정보는 하루가 다르게 각광받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경기(景氣)보다 매기(買氣·상품을 사고자 하는 마음), 매기보다 일기(日氣)’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날씨는 소비자의 구매행동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맞춤식 기상 정보를 제공하는 ‘기상 컨설턴트’라는 직업도 생겨났다.
콜라는 기온이 25도를 넘으면 매출이 급증하고, 그로부터 1도 오를 때마다 15%씩 판매량이 증가하며, 맥주는 기온이 22도가 넘어야 잘 팔린다는 통계도 있다.
기상 컨설턴트들은 “기업이 계량화하기 어려운 대상이 ‘소비자의 감성’인데, 그 감성을 움직이는 것은 날씨다. 그래서 날씨가 돈이 된다”고 말한다.
기상청의 역사는 날씨처럼 변화무쌍했지만 기상청장의 평균 임기는 약 5년으로 다른 기관장보다 훨씬 길다. 전문직인 데다 날씨를 다루는 기관장답게 ‘정치 바람’을 타는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라나.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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