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제 세상은 바뀌었다. 흡연은 낭만적인 멋이 아니라 가까이해서는 안 될 질병처럼 여겨지는 시대가 됐다. 끽연자라면 식사 모임에서 혼자만 담배를 입에 물었을 때 자신에게 모이는 따가운 시선을 몇 번쯤 경험했을 것이다. 할 수 없이 식당 밖에 나가 찬바람을 맞아 가며 담뱃불을 붙일 때의 처량함이란…. 그럴 때마다 ‘치사해서 끊어 버려야지’ 하는 생각도 들지만, 금연이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내일부터 담뱃값이 갑당 500원씩 오른다. 담배연기에 온갖 시름을 날려 보내던 서민들에겐 이보다 더한 비보(悲報)가 없겠지만, 이를 ‘결단의 적기(適期)’로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루 한 갑씩 피우는 사람이라면 1년에 추가 비용만 18만2500원이다. 담배 안 피우는 사람에 비해 세금도 연간 56만 원을 더 낸다는데 ‘애국자’ 소리도 못 듣는다. 돈 쓰고 몸 버리고 천덕꾸러기 대접까지 받는 담배, 이 참에 확 끊어 버리겠다는 사람이 늘 것 같다. 더욱이 지금은 저마다 신년 계획을 세우는 연말연시가 아닌가.
▷흔히들 단칼에 금연에 성공하는 사람을 ‘독종’이라고 한다. 하지만 만약 담배 때문에 폐암 초기 선고를 받은 사람이 있다면? 그래도 담배를 끊지 못하면 그 사람이 진짜 독종이다. 자신은 그런 독종까지는 못 된다고 생각하는 애연가들은 새해엔 ‘담배 끊는 독종’이라는 소리라도 들어 볼 일이다. 예전엔 ‘담배 끊는 독종’과는 같이 놀지 말라는 농담도 있었다지만, 지금은 주변에서 모두들 환영할 것이다. 그러는 당신은 어쩔 거냐고? 물론 끊을 거다.
송문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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