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문홍]새해 금연 다짐

  • 입력 2004년 12월 28일 17시 51분


“담배는 신사(紳士)의 정열이다. 담배 없이 사는 사람은 살아 있는 가치가 없는 사람이다.”(몰리에르) “파이프 담배를 즐겨 피우는 사람은 절대로 아내와 다투지 않는다.”(린위탕·林語堂) “한 모금의 연초는 막힌 생각을 트게 하고, 근심을 반감하고, 피곤을 사라지게 한다.”(김동인)…. 동서고금을 통해 ‘담배 예찬론’을 펼친 명사(名士)는 무수히 많다. 공초 오상순(空超 吳相淳·1894∼1963) 시인 같은 이는 ‘금연(禁煙)’이라는 두 글자가 싫어 버스나 극장을 가까이 하지 않았다고 하니 가히 ‘애연(愛煙) 10단’감이다.

▷하지만 이제 세상은 바뀌었다. 흡연은 낭만적인 멋이 아니라 가까이해서는 안 될 질병처럼 여겨지는 시대가 됐다. 끽연자라면 식사 모임에서 혼자만 담배를 입에 물었을 때 자신에게 모이는 따가운 시선을 몇 번쯤 경험했을 것이다. 할 수 없이 식당 밖에 나가 찬바람을 맞아 가며 담뱃불을 붙일 때의 처량함이란…. 그럴 때마다 ‘치사해서 끊어 버려야지’ 하는 생각도 들지만, 금연이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내일부터 담뱃값이 갑당 500원씩 오른다. 담배연기에 온갖 시름을 날려 보내던 서민들에겐 이보다 더한 비보(悲報)가 없겠지만, 이를 ‘결단의 적기(適期)’로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루 한 갑씩 피우는 사람이라면 1년에 추가 비용만 18만2500원이다. 담배 안 피우는 사람에 비해 세금도 연간 56만 원을 더 낸다는데 ‘애국자’ 소리도 못 듣는다. 돈 쓰고 몸 버리고 천덕꾸러기 대접까지 받는 담배, 이 참에 확 끊어 버리겠다는 사람이 늘 것 같다. 더욱이 지금은 저마다 신년 계획을 세우는 연말연시가 아닌가.

▷흔히들 단칼에 금연에 성공하는 사람을 ‘독종’이라고 한다. 하지만 만약 담배 때문에 폐암 초기 선고를 받은 사람이 있다면? 그래도 담배를 끊지 못하면 그 사람이 진짜 독종이다. 자신은 그런 독종까지는 못 된다고 생각하는 애연가들은 새해엔 ‘담배 끊는 독종’이라는 소리라도 들어 볼 일이다. 예전엔 ‘담배 끊는 독종’과는 같이 놀지 말라는 농담도 있었다지만, 지금은 주변에서 모두들 환영할 것이다. 그러는 당신은 어쩔 거냐고? 물론 끊을 거다.

송문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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