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공종식]울산의 富가 뜻하는 것

  • 입력 2004년 12월 29일 17시 54분


통계청은 최근 ‘놀라운 통계’를 발표했다.

지난해 울산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2만7282달러로 16개 시도 가운데 1위를 차지한 것. 이는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GNI) 1만2646달러의 2.15배에 달한다.

GRDP는 소득개념과는 다른 것이어서 울산이 타 지역보다 2배 이상 잘산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울산이 생산 면에서는 선진국 수준임을 확인해 주는 통계다.

울산이 이처럼 전국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선진국 수준’에 진입한 것은 조선 중공업 자동차회사 등의 공장이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SK 공장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부터 한국 경제가 극도의 침체를 보이면서 국민이 고통을 받고 있지만 공장이 밀집해 있는 지역에선 주민들이 상대적으로 불황의 여파를 덜 겪고 있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1인당 소득도 높을 수밖에 없다. 이들을 상대로 사업이나 장사를 하는 자영업자들도 다른 지역보다 불황을 덜 타게 된다.

금융계에 따르면 울산이나 전남 여수시 등 공장밀집 지역은 신용불량자 비율도 다른 지역보다 현격하게 낮다.

조선업계에서는 “조선소가 많이 있는 경남 거제시는 이미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어섰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일자리를 만들어 주민들의 소득을 높이고, 지역 경제를 살리는 주체는 기업이라는 사실을 통계적으로 확인해 주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 사회에선 기업을 ‘고마운 존재’라기보다는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하는 경향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들의 ‘기업 때리기’가 계속되고 있고, 기업도시 관련 법안 심의를 놓고 여권 일부에선 반대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들은 기업들이 한국에서 제대로 대우받지 못한다는 판단이 서면 제대로 대우해 주는 국가로 공장을 옮겨 갈 수 있다는 점을 모르는 것 같다.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가 되면 ‘울산 신화’는 과거의 신화로 남게 될 수밖에 없다. 새해에는 제2의 울산 신화를 만들기 위해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 주려는 노력이 이뤄지기 바란다.

공종식 경제부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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