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참사 이후 지하철 차량을 불연(不燃) 내장재로 교체해 가던 중에 일어난 사고다. 화재가 발생한 차량은 가연(可燃) 내장재를 부착하고 있어 순식간에 불길이 번졌다. 대구 참사 2년이 다 되도록 가연 내장재 차량을 타고 다녀야 하는 승객은 더없이 불안하다.
도시철도공사는 초동 조치도 허술했고 불이 덜 꺼진 차를 그대로 출발시키는 안전 불감증을 드러냈다. 광명사거리역에서 불을 소화기로 끈 뒤 출발시켰으나 종착역인 온수역에 도착하는 동안 불이 살아나 6, 7, 8번 객차가 탔다. 불붙은 차량이 2개 역을 지나온 것이다.
범인이 잡혀 봐야 정확한 사고원인이 규명되겠지만 방화(放火)로 추정되고 있다. 1995년 일본 옴진리교의 광신도가 저지른 도쿄 지하철역 독가스 살포 사고나 정신이상자의 소행이었던 대구지하철 방화사고처럼 다중(多衆)이 이용하는 지하철은 충동적인 범행이나 사회증오형 테러에 노출되어 있다.
수도권 2000만 주민은 땅속을 거미줄처럼 잇는 지하철 덕분에 경제생활을 원활하게 영위하고 있다. 수도권 지하철의 교통분담률은 35%에 이른다. 지하철 안전을 위한 사업은 우선적으로 시행돼야 한다. 지하철은 어떤 유형의 사고에도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대구지하철 사고의 값비싼 교훈이 아닌가. 작은 방심에서 비롯된 사고가 대형 인명 피해로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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