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주전을 놓고 경쟁하는 미드필더 자리는 최근 부상에서 회복돼 돌아온 ‘진공청소기’ 김남일(전남 드래곤즈)에 올림픽대표 출신 김정우(울산 현대), 노련한 김상식(성남 일화) 등 경쟁자가 즐비하다.
하지만 진정한 강자는 발톱을 감춘다고 했다. “승부욕을 겉으로 표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지요. 저는 후자 쪽이에요.” “라이벌이요? 제 자신이 라이벌이죠. 준비된 사람에게 기회가 올 것이고, 전, 자신 있어요.”
눈동자에 힘이 들어가자 인상이 사나워졌다.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미국 전지훈련에서 강도 높은 체력 테스트를 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자신 있느냐고 묻자 그는 “재작년 대표팀 체력 테스트에서 2등 했다”며 씩 웃는다.
통진종고 졸업 후 2001년 수원 삼성에 입단한 그는 프로 4년차였던 작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아테네 올림픽에서 한국 축구 사상 첫 8강 진출을 이끌었고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몰디브 전에서 천금같은 중거리 슛 결승골로 2-0 승리를 견인했다. 또 소속팀은 K리그에서 우승했으며 자신은 K리그 베스트 11에 뽑혔다.
그는 ‘성장 동력’으로 적극성을 꼽았다. 그 예로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에 축구가 하고 싶어 무작정 새벽에 조기축구회를 찾아 나섰던 일화를 들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부모를 졸라 축구부가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간 뒤 테스트를 받고 선수가 됐다. 훈련이나 경기가 끝날 때마다 축구에 대한 통찰이나 자기 평가를 꾸준히 메모해 온 것이 A4 용지로 200장 분량이라는 얘기도 했다. 경기의 흐름을 읽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그에 대한 평가가 이해되는 대목이다.
“앞으로 시작될 대표팀의 훈련에서는 2명 중 한 명이 탈락해야 합니다. 뼈가 으스러질 정도로 뛰어 반드시 주전자리를 꿰차고 말겠습니다.”
수원=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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