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이 1위를 고수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중국 인구가 6일 0시 2분 13억 명을 돌파했다. 세계 최다 인구다. 불가사의 투표 참가자도 중국인이 42.69%로 가장 많다. 인구 세계 2위의 인도와 합치면 23억 명이나 된다. 1인 1표 원리에 따라 ‘민주적으로’ 선출하는 세계 정부가 생긴다고 상상해 보자. 십중팔구 중국-인도의 연합정부가 탄생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유럽의 부(富)를 세금으로 왕창 거둬 나머지에 골고루 재분배하자는 정책이 나올 수도 있다.
▷고래가 포유류인지 어류인지 투표로 정할 순 없다. 세계 7대 불가사의야 뭐가 되든 대수랴만, 사안에 따라선 투표로 정할 수 없는 일도 있는 법이다. 때로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가 헌법을 무시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비자유주의적 민주주의’도 생겨난다. 법과 제도 분야에서 대중의 직접적 격정을 완화시키며, 전문적 능력과 양심에 따라 자유와 민주를 지키는 비선출직 엘리트는 그래서 필요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정부 부처 중 최초로 국장 직위를 공모하면서 부하 직원의 투표 결과를 반영해 선임한다고 한다. 직무 능력도 있고 직원 평가도 좋은 간부를 뽑아 공직사회를 바꾼다는 의도일 것이다. 하지만 선한 의도가 엉뚱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 똑똑하고 부지런해 부하를 괴롭히는 상사보다는 멍청하고 게으른데 사람만 좋거나, 내게 이득이 될 만한 상사가 뽑힐 가능성도 적지 않다. 국정 ‘실험’이 너무 많은 나라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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