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는 ‘영웅시대’를 조기 종영하라는 외압을 받았는지 밝힐 필요가 있다. 비록 허구적 드라마라고는 하나 이 프로그램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이명박 서울시장, 현대와 삼성가(家)를 미화한다는 평을 들을 만큼 사회적 이목을 끈 정치경제극(劇)이기 때문이다.
정치성을 띤 드라마가 외압설(說)이 파다한 가운데 조기 종영되는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1991년의 ‘땅’, 95년의 ‘코리아게이트’ 등이 그 예다. 그러나 지금은 ‘참여정부’가 강조하듯 개혁의 시대다. ‘과거사 청산문제’까지 불거져 있다. 지난 정권의 잘못을 현 정부가 답습한다면 ‘개혁 드라마’의 허구성을 노출하는 일이 되는 것이다.
작가가 시사한 대로 여권의 외압이 있었다면 이는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다. 정치권이 정부에 비판적인 신문뿐 아니라 방송 드라마까지 간섭함으로써 국민의 상상력과 사고력, 판단력을 지배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의 압력 없이 방송사의 자체 판단에 따른 조기 종영이라 해도 문제는 심각하다. 정치권의 ‘난기류’를 읽고 내린 결정이라면 MBC의 도덕성은 회복하기 힘들다. 표면적 설명대로 경쟁력이 없어서라면 17.2%나 되는 시청률을 무시한 횡포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무엇이 진실인가. 신문 방송에 이어 이젠 오락프로그램마저 정권의 눈치를 봐야 하는 암흑의 시대가 온 것인가. MBC는 분명히 밝혀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