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합니다.” “동의합니다.”
14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언론재단 이사회에는 새 이사장 선출을 위해 10명의 비상임이사 중 7명(3명은 위임)이 참석했다. 김순길(金順吉) 한국방송광고공사 전무가 임시의장을 맡은 이사회에서 한 이사가 정 씨를 추천하자 다른 이사들의 동의가 이어지면서 오래 걸리지 않아 정 씨를 새 이사장으로 뽑았다.
이에 동의하지 않던 한 이사는 “이사장 후보를 복수로 추천받아 경력과 능력을 검증해야 한다는 말이 있었으나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문화관광부는 지난해 말 여권 내정설이 나돈 서동구(徐東九) 전 KBS 사장이 박기정(朴紀正) 당시 이사장에게 표결 끝에 낙마하자 박 이사장의 임명을 거부하는 등 반감을 표시했다. 이후 문화부는 “이번에는 표결 없이 만장일치로 추대하는 형식을 밟겠다”고 말해 왔고, 그 말대로 이뤄져 이날 이사회는 내정된 인물을 추인한 요식 행위에 불과했다.
문화부는 이사회 개최 전 “서 전 사장이 이사장직을 스스로 고사했다”고 말했다가 서 전 사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발하자 “이사장으로 추천될 가능성이 없다는 뜻이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처럼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걸친 언론재단 이사장 선출 과정은 이사회의 존재 이유를 의심케 하는 것이었다. 특히 정남기 씨가 정동채(鄭東采) 문화부 장관과 ‘합동통신’(1980년 언론통폐합 때 연합통신으로 흡수)에서 함께 근무했으며 지난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의 비례대표 공천심사위원을 지냈다는 경력이 알려지면서 결국 ‘정실 인사’가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문화부는 올해 초 국회에서 통과된 ‘신문법’에 따라 신문발전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이 위원회는 신문발전기금 지원 등 언론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권한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번 언론재단 이사장 선출 과정을 보면, 문화부가 이 위원회도 무력화하고 중요한 자리에 입맛에 맞는 인물들을 포진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
서정보 문화부 suhchoi@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