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카포네(1899∼1947).
일찌감치 범죄에 발을 들인 그는 시카고로 건너와 26세의 어린 나이에 마피아 조직을 물려받는다. 도박, 매춘, 술 밀매에 손을 댔고 천부적인 사업 감각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모았다. 1000명이 넘는 조직원을 거느렸고 정재계의 유력 인사와 어울렸다.
금주령과 대공황으로 우울했던 시기, 그는 대중의 ‘또 다른 우상’이었다. 대중은 그를 두려워하면서 동시에 동경했다. 보잘것없는 이탈리아 출신이 젊은 나이에 미국을 흔드는 거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시카고의 대학생들은 그를 아인슈타인, 간디, 헨리 포드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걸출한 인물 10명 가운데 한 명으로 뽑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의 그는 겉보기와는 상당히 달랐다. 트레이드마크인 뺨의 흉터는 그의 말처럼 제1차 세계대전에서 얻은 게 아니라 여자 문제로 술집에서 다투다 생긴 것이었다. 군대에 간 적도 없었다.
협박에서 살인까지 수많은 범죄를 저질렀지만 죄의식도 없었다.
그는 “상류사회란 사회적 지위를 잃지 않고 이익을 만끽하려는 뻔뻔스러운 놈들로 이 ‘훌륭한 사람들’은 합법적인 공갈을 일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에 비하면 자신이 더 양심적이라는 것이다. 금주법 위반에 대해서도 “나는 시민이 바라는 것을 공급했을 뿐이다. 내가 범죄자라면 선량한 시카고 시민들 역시 유죄다”라고 강변했다.
두려울 게 없던 암흑가의 황제. 그의 몰락은 사소한 것에서 비롯했다. 1932년 탈세 혐의로 수감되기 직전에 옮은 매독이 문제였다. 7년간 옥살이를 마치고 나올 때는 병의 후유증으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폐인이 돼 있었다. 결국 1947년 1월 25일 마이애미의 집에서 초라하게 숨을 거뒀다.
마피아는 원래 19세기 말 시칠리아 섬의 반체제적인 산적 무리를 일컫는 말. 알 카포네에 이르러 마피아는 조직화, 분업화되며 기업형 범죄 조직의 대명사가 돼버렸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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