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TV 끄면 다른 세상이 보인다

  • 입력 2005년 1월 17일 18시 02분


‘TV 안 보기 시민모임’이 오늘 창립총회를 연다. TV를 아예 안 보자는 게 아니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빠진 TV 중독에서 벗어나 주체적 시청자로 거듭나자는 취지다. 일주일쯤 TV를 끊어보면 TV 시청 대신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는 게 서영숙 대표의 말이다. 그런 다음, 무엇을 얼마나 시청할지 판단하라니 일리가 있다.

2000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하루 3시간 23분을 TV 앞에서 보낸다. 독서에 하루 10분, 신문에 7분(1999년 통계청) 할애하는 데 비하면 엄청나게 긴 시간이다. TV가 전달하는 정보와 오락도 상당하지만, 거꾸로 TV가 거실이나 안방을 차지한 채 가족과 세상을 단절시키는 면도 적지 않다.

TV가 가족과의 대화시간은 물론 독서와 공부시간을 빼앗고 비만과 당뇨, 시력 저하 등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외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실정이다. 실제로 3주간 TV 안 보기 운동을 했더니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고, 공부에 도움이 됐으며, TV 안 보는 시간에 독서를 하게 됐다는 국내 석사논문도 있다.

지식기반사회로 진행될수록 개인의 지력(知力)과 실력이 국가경쟁력의 한 축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이는 수동적인 TV 시청으로는 얻기 힘들다. TV를 끄고 애써 독서하고 사고(思考)하는 등 능동적 삶의 자세를 다져야만 키울 수 있는 능력이다.

갈수록 부박(浮薄)해지는 우리 사회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TV와 마주하는 대신 우리 주변과 세상을 천착해 볼 필요가 있다. TV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의 편향된 보도에 대해선 적극적 시청자주권을 행사하는 것도 필요하다. ‘TV 안 보기 시민모임’의 활동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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