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태수]建保공단 국민이 감시하자

  • 입력 2005년 1월 28일 17시 53분


건강보험제도는 1977년 처음 시작돼 1989년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됐고 2000년에는 하나의 조합으로 운영되는 통합시대를 맞는 등 세계적으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빠른 확대와 발전의 역사를 거듭해 왔다.

그러나 국민의 사랑을 받아 마땅한 이 소중한 제도가 국민의 원성투성이 존재로 전락했다는 점에서 이 또한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것이 사실이고 이것이 현재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의 가장 심각한 질곡이다.

며칠 전 감사원이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공단은 227개에 달하는 지사를 방만하게 거느리며 직원들에게 매우 관대하고 후한 복리를 챙겨 주는 한편, 예산 운영에선 허술한 대목이 많은 조직으로 그려진다. 요즈음처럼 궁한 국민의 형편을 생각할 때 또 한번 국민의 원성이 높아질 법하다.

물론 감사원이 지적한 점들 중 정확한 사실 유무를 가릴 것이 없지 않다. 또 공단이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밟아 온 ‘얼룩진’ 역사에 비춰 볼 때 그 사실의 해석도 조심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공단이 여전히 ‘국민건강의 파수꾼’이라기엔 거리감이 크다는 점이다. 따라서 최근 공단 내의 변신을 위한 ‘작은’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아직 자기 살을 도려내는 고통의 강도가 얼마나 더 높아져야 하는지를 웅변으로 보여 주고 있다 할 것이다.

▼자율개혁에 한계 드러나▼

그렇지만 해법으로서 공단에 인력의 구조조정을 요구한 감사원의 견해에 대해선 유감이다. 현재 건강보험제도의 국민적 기대와 보험운영자인 공단의 역할 재정립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다는 점을 생각할 때 이번 감사원의 해결책은 본질을 비켜 간 측면이 있다. 사실 공단의 치명적인 문제점은 공단이 보험료의 부과와 징수기관으로 그 기능이 협소하게 위축되어 있다는 것이다.

사회보험제를 택하고 있는 선진 국가들의 보험운영자에게 가장 필수적이고 보편적인 기능은 ‘가입자의 보호 및 대변’이다. 평소 건강검진, 건강상담 등을 통해 국민 스스로 건강을 지키며 질병을 예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만성질환이나 중증질환에 시달릴 때면 사례 관리를 통해 질병 관리와 의료비 과다 지출 방지를 친절히 모색해 준다. 또한 의료기관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함은 물론 의사와의 관계에서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될 때 필요한 진료정보 열람이나 대응책 강구를 돕기도 한다. 보험료와 수가, 약가 등의 결정에서도 공급자인 의약계가 유리한 가격 책정을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일 때 철저히 가입자의 건강권을 옹호하고 편익을 증진하는 쪽으로 협상력을 최대한 발휘한다.

우리나라의 공단도 이런 기능을 충실히 하려면 현재 1만454명인 공단 인력은 오히려 충분치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감사원의 지적처럼 일방적인 구조조정이 능사는 아니며, 이처럼 철저히 국민을 위한 공단이 되어 국민의 신뢰가 회복되고 국민의 건강이 견실하게 지켜지면서도 의료비 지출의 사전 억제 효과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필요한 적정 인원이 얼마인지를 모색하도록 권고했어야 했다.

▼가입자委 구성 경영참여를▼

결국 이러한 기능을 현실화하기 위해선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필자는 차제에 이를 위해 가칭 ‘가입자위원회’의 구성을 제안한다. 공단 운영의 상시적인 감시자요, 견제자이며 또한 의사결정의 참여자로서 가입자들이 전면적으로 참여하는 장치를 만들자는 것이다. 각 직능 및 지역을 대표해 구성된 가입자위원회는 형식적인 의결기구로 존재하는 이사회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공단의 기능과 운영에 대해 민의를 대변하고 그 기능을 엄정하게 평가하고 제어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이는 공단의 내부 구조가 관료화되거나 특정 관련 집단의 편견으로 국민의 건강 보호와 무관하게 굴러가는 것을 막는 길이기도 하며, 궁극적으로는 공단의 운영이 국민을 위해, 그리고 국민에 의해 이뤄진다는 국민 신뢰 회복의 실마리가 될 것이다.

이태수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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