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면 신문법은 ‘윈-윈(win-win)’이 아니라 서로 망치는 ‘루즈-루즈(lose-lose)’ 법이다. 신문과 독자, 이를 매개하는 시장이 만족하기 어렵다. 신문에 대한 국가 권력의 개입을 뒷받침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1사 30%, 3사 60%로 시장점유율을 제한하는 조항을 보자. 언론운동 진영은 이 조항이 직접 규제가 아니라고 하지만, 이에 저촉될 만한 신문사는 앞으로 불이익을 면하기 위해 신규 독자를 거절해야 한다.
동아 조선일보 등을 제외한 다른 신문들은 이 상황이 바람직하다고 볼지 모른다. 과연 그럴까. 사상의 시장에서 경쟁하는 신문은 ‘대체 탄력성’이 낮다. 동아일보 독자가 선뜻 한겨레신문으로 옮기지 않는다. 이른바 ‘마이너 신문’의 한 간부도 “나머지 시장을 마이너 신문들이 차지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결국 이 조항은 이종 뉴미디어가 범람하는 매체 환경에서 신문시장의 전체 파이를 축소시킬 것이다. 신문사들의 ‘루즈-루즈’다.
신설될 신문발전위원회도 이름과 달리 신문 발전을 가로막을 소지가 많다. 이 위원회는 신문발전기금의 지원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발행 부수, 유료 부수, 구독 및 광고 수입을 보고받아 공개한다. 발행 및 유료 부수는 메이저 신문들이 발행부수공사기구(ABC)를 통해 공개하지만, 구독 및 광고료는 원활한 영업을 위한 ‘X파일’이다. 이런 ‘고급 정보’를 국가 권력이 선(善)하게만 사용하리라는 것은 낭만적인 발상이다.
마이너 신문들도 이런 자료의 노출이 빚을 경영상의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이들이 발행부수 공개에 참가하지 않는 것은 그에 따른 광고료의 급락 등을 우려하기 때문 아닌가. 한 대학생은 “교수들이 신문법은 마이너 신문들에 더 불리하다고 하는데 이들이 왜 침묵하느냐”고 물어오기도 했다.
특히 이 위원회는 문화관광부가 9명의 위원 중 3명을 위촉하므로 국가 권력의 입맛대로 운용될 수 있다. 지난해 말 한국언론재단 이사회에서 뽑은 재단 이사장을 문화부가 임명을 거부하고 장관 추천 인물로 재선출한 것을 보면, 이 위원회는 문화부의 원격조종에 놓일 것임을 예측하기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이 위원회의 기금을 받은 신문들이 국가 권력을 비판할 수 있을까. 최근 한 신문사에서 70여 명이 퇴직할 만큼 구조조정이 심각한 신문업계에서, 기금은 ‘유혹’으로 둔갑할 수 있다.
신문법안은 신문과 독자에게 국가 권력을 믿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 논리는 신문시장이 여론 다양성 확보에 실패했으니 국가 권력이 손수 나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현실 인식은 독선이다. 더욱이 ‘시장점유율 제한’ 등 언론운동 진영이 요구해 법에 반영된 조항들은 1967년 독일 귄터보고서를 옮긴 것이다. 이 보고서는 1년 만에 폐기됐다.
이처럼 낡은 패러다임의 신문법이 여야의 정치적 흥정으로 통과돼 7월 말 발효된다. 시행령에 무엇이 담길지 의문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원점에서 다시 논의되어야 한다.
허엽 문화부 차장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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