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파는 이라크에서는 60%를 차지하는 다수파지만 전체 이슬람 지역에서는 소수에 속한다. 그들은 1400년간 중동에서 권력을 잡아 본 적이 없다. 마호메트의 사위인 알리와 그 후손에게만 이슬람 지도권이 있다고 믿어서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따르면 이슬람 주류라고 간주하는 쪽은 수니파다. 이들이 ‘정통파답게’ 살인적이라면 시아파는 자살적이다. 시아파 있는 곳에는 분란이 있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단, 무엇에 대한 저항인지는 보는 이에 따라 다르다. 독재에 대해서인지, 외세에 대해서인지.
▷1921년 이라크 독립 뒤에도 시아파는 수니파의 지배를 받았다.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의 바트당 역시 수니 이슬람이 기반이었고, 그에 반대했던 시아파는 ‘페르시아 커넥션’을 통해 이란으로 도피하곤 했다. 1991년 걸프전 때 시아파는 “후세인에게 맞서라”던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말만 믿고 떨쳐 일어섰다가 ‘배신’당한 경험도 있다. 그런데 이제는 그 시아파가 자유와 민주의 이름으로 다수당을 차지하게 됐으니 역사의 아이러니인가, 사필귀정(事必歸正)인가.
▷이란은 핵을 놓고 미국을 위협하는 ‘악의 축’이다. 이라크 시아파는 이란 같은 신정(神政) 국가를 건설하지 않겠다지만 오랫동안 억눌렸던 설움이 어떻게 폭발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미국 안팎에서 이스라엘이 이란을 칠지 모른다는 소리가 슬슬 나오는 것도 이에 대한 견제 의도로 보인다. 인류의 평화를 위해 탄생한 종교가 오히려 평화를 해치는 것을 신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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