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연설의 하이라이트는 이라크 여성과 미군 전사자의 부모가 장식했다. 부시 대통령은 극적 효과를 노려 사담 후세인 정권 때 아버지를 잃은 이라크 여성과 지난해 이라크에서 사망한 미군 병사의 부모를 소개하는 것을 연설 말미에 배치했다. 자유를 찾은 이라크인과 이라크를 위해 아들을 바친 미국인의 만남. 부둥켜안은 세 사람의 눈에 눈물이 흐르고 상하원 의원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외국의 TV 시청자라 할지라도 자유와 애국을 생각하지 않을 도리가 없는 장면이었다.
▷호르스트 쾰러 독일 대통령도 같은 날 남의 나라 구경꾼까지 감동시킬 만한 눈물을 흘렸다. 독일과 이스라엘 수교 40주년을 맞아 이스라엘 의회를 방문한 쾰러 대통령은 나치시대 독일인이 유대인에게 저지른 범죄를 반성하고 용서를 빌면서 눈시울을 적셨다. 연설문에 적힌 참회의 말들에 감정을 불어넣는 눈물이었다. “독일의 과거 범죄를 결코 잊지 않을 것이며 떨쳐 버리려 애쓰지 않을 것”이라는 그의 다짐을 ‘정치적 발언’이라고 누가 평가절하 하겠는가.
▷독일인들의 참회는 일관성 때문에 더 의미가 크다. 과거에는 물론 지금도 많은 독일 지도자들이 기회 있을 때마다 잘못을 반성하면서 용서를 구한다. 독일과 이스라엘처럼 한국과 일본도 올해 수교 40주년을 맞았다. 일본 지도자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쾰러 대통령의 눈물을 지켜봤을지 궁금하다. 리하르트 폰 바이츠제커 전 독일 대통령은 “과거에 눈을 감은 자는 현재에도 맹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는데….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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