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갑제 “헌법위반 전과자 대통령 여승 단식투쟁에 굴복”막말

“헌법 위반 전과자인 노무현 대통령의 정부는 한 여승(지율 스님)의 단식 투쟁에 굴복하여 법치의 대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림으로써 대한민국을 협회수준으로 전락시키고 스스로를 협회장으로 격하시켰다.”

조갑제 월간조선 대표가 정부와 지율스님의 ‘천성산 합의’를 막말로 강하게 비판했다.

조 대표는 4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쓴 글을 통해 “천성산 관통터널공사가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그리고 법정에서 이미 판단이 난 기정사실”이라면서 “노 정부는 지난 대선 때의 잘못된 공약(터널공사 중단 및 노선재검토)을 의식, 지율스님의 단식에 휘둘리면서 수조원의 손실을 국가에 끼쳤다”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3개월의 공동조사 합의로 인해 추가손실이 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계산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 대표는 지율 스님의 100일 단식을 전한 언론의 보도 태도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그는 “기자들은 아무런 검증도 없이 여승(지율 스님)측 주장대로 100일 단식이라고 보도했다”면서 “그 어떤 과학을 동원하더라도 인간이 100일간 단식하고도 생존할 수 있다는 설명을 낼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계속해서 “100일 단식이라는 확인도 과학도 빠진 선동적 주장을 내보낸 한국의 언론은 신화시대의 나팔수로 후퇴했다”고 덧붙였다.

조 대표는 “노 정권이 갑자기 한 여승(지율 스님)의 생명을 살리겠다고 나선 것은 인간생명에 대한 외경에서 비롯됐다기 보다는 정권지지 세력이 여승(지율 스님) 편에 섰고,언론의 선정적 보도가 유리하다고 판단한 때문”이라고 밝혔다.

조 대표는 “법정에서 끝난 사건을 단식을 통해 해결하려는 한 여승(지율 스님)에 굴복하여 국무총리 이하 장관 수석비서관들이 굴욕적인 설득을 한 것은 국가의 권위와 법의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린 행위”라며 “노 정권은 사감과 사익에 휘둘려서 국민과 헌법을 우습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노 정권의 이번 조치는 대한민국의 사물화(私物化)”라며 “대한민국의 예산과 법과 권위가 ‘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한 이런 사적 합의를 할 수는 없다. 노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협회 수준으로 전락시키고 자신을 협회장 수준으로 격하 시켰다”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마지막으로 “국민은 무엇을 할 것인가”라고 물은 뒤 “천성산 터널 공사를 중단시켜 수조원의 손실을 국민과 국가에 끼친 노 정부와 대통령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하는 방법이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 정부-지율스님 '천성산 합의' 논란 (POLL)

박해식 동아닷컴기자 pistols@donga.com

"지율스님-정부 그래야 했나" 논란 가열

《지율 스님의 단식이 협상을 통해 중단된 것과 관련해 각계에서는 “불행한 사태를 막았다”고 안도하면서도 천성산 터널공사가 차질을 빚게 된 데 대해서는 “정부의 국책사업이 원칙 없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는 4일 논평에서 “국책사업에 맞서기 위해 택할 수 있는 방법이 극단적인 단식투쟁뿐이었는지를 생각해 보면 지율 스님의 그간의 단식투쟁을 긍정적으로만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시민회의는 또 “이번 합의는 지율 스님의 목숨을 살린 의미는 있지만 결코 합리적이거나 정당한 합의였다고는 할 수 없다”며 “지율 스님의 단식과 정부의 타협이 전례가 되어 국가정책에 맞서는 목숨 건 단식투쟁이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강영훈(姜英勳) 전 국무총리는 “단식 100일째가 돼서야 문제가 해결된 것은 정부나 불교계 모두 무책임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하지만 많은 국민의 복리를 위한 국책사업이 종교인 한 명의 단식으로 번복된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동아닷컴을 비롯한 대형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단식과 공사 중단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가 시간당 수백 건씩 올라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생명의 소중함을 논하는 스님이 단식과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으로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킨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많은 이웃들이 어렵게 살고 있는 현실 속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생각한다면 환경을 지키는 것만이 최우선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무원칙한 대응을 질타하는 글도 적지 않았다.

한 누리꾼은 동아닷컴에 올린 글에서 “한 사람의 단식으로 수백, 수조 원의 피땀 어린 세금이 손실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우왕좌왕, 우유부단, 무책임한 국가경영 때문에 서민들만 서글프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누리꾼은 “지율 스님의 단식투쟁은 절차적 민주주의를 구현하지 않은 채 국민을 배제하고 불공정하게 진행된 행정 집행에 대한 목숨을 건 저항이었다”며 “정부는 천성산 문제를 행정 우월주의 타파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단체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환경운동연합은 성명에서 “정부가 천성산 관통 고속철도 공사에 대한 환경영향조사를 공동 실시키로 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지율 스님은 생명을 넘어서는 정진을 통해 생명과 자연의 가치를 인식하게 했다”고 밝혔다.

서재철(徐載哲)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공정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는 등 비슷한 국책사업의 진행 과정에서도 정부와 신뢰관계가 구축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행정학과 송희준(宋熙俊) 교수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지율 스님의 단식사태로 앞으로 국책사업의 진행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는 사업의 초기단계부터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는 등 철저한 준비작업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지율스님 건강 일단 안정… 3∼4주 지나야 몸 추스릴듯▼

100일 만에 단식을 푼 지율 스님은 4일 소량의 음식을 섭취하기 시작했으나 신체의 기본적인 기능을 회복하기까지는 적어도 3, 4주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 수행공동체 정토회 측에 따르면 지율 스님은 3일 오후 11시경 정부 측과 합의를 본 뒤 된장을 푼 물을 마시는 것으로 음식 섭취를 재개했다. 다행히 배변이 이뤄져 4일부터는 한방 식이요법에 따라 곡물 등을 달여 마시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4일에는 오전 6시경 기상해 주위 사람들과 농담을 나눌 정도로 정신적으로 상당히 안정을 되찾았다. 혈압도 단식 때보다 5mmHg 정도 오른 45∼75mmHg을 기록했다.

그러나 여전히 혈압이 낮은 데다 단식으로 입 안이 헐었고 치아도 약해지는 등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것이 의료진의 판단. 당분간 영양주사제 투입은 보류되고 식이요법 중심의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