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영웅시대’ 연기자 반발 이유 있다

  • 입력 2005년 2월 15일 18시 04분


석연치 않은 이유로 당초 예정보다 앞당겨 끝나는 MBC 드라마 ‘영웅시대’의 출연자들이 집단 반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MBC가 ‘편당 3∼5분씩 길게 제작했다’는 이유로 연출자를 인사위원회에 회부하자 연기자 20여 명이 철회를 요구하며 한때 야외촬영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이는 연기자들의 단순한 불만 표출로 볼 사안이 아니다. ‘영웅시대’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이명박 서울시장을 미화한다는 이유로 조기 종영(終映)된다는 ‘정치적 외압설(外壓說)’이 파다했던 드라마다. 여기에 연출자에게 ‘불이익’까지 돌아가게 되자 연기자들이 연대해 ‘정치적 행동’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출연료를 받고 드라마에 출연하는 연기자들이 방송사와 정면충돌해 연출자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받아낸 것이다.

본란은 지난달 초 MBC가 종영 외압을 받은 사실이 있는지 물은 바 있다. 작가가 시사했던 대로 “여권으로부터 조심해서 쓰라”는 외압이 있었다면 이는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MBC의 설명대로 경쟁력 부족이 종영 이유라면 MBC는 시청자에 이어 연기자까지 속인 부도덕성에 대해 책임을 느껴야 한다. 종영 결정 당시 17.2%나 되는 시청률을 무시했던 MBC는 종영 방침을 연기자들에게 통보하면서 “시청률 20%를 넘으면 예정대로 100회까지 방영한다”던 약속 또한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이 드라마의 시청률은 22%에 이른다.

드라마 한 편이 이처럼 논란이 되는 것은 ‘영웅시대’의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치성을 띤 드라마가 외압설과 함께 조기 종영되는 것은 과거 권위주의시대에서 끝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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