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대학 진학률이 80%를 넘어서면서 대학 졸업자는 양적으로 풍부해졌지만 질적으로는 기대에 미흡하다는 지적이 기왕에 끊이지 않았다. 대학의 전공구조 자체가 수요와 무관하다 보니 정보통신기술 분야 및 고급기술 분야의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기업들의 하소연이다.
그러니 신입사원을 뽑아도 활용하기까진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들일 수밖에 없었다. 1년에 6000여 명의 기술 인력을 채용하는 삼성은 재교육 비용만 연간 800여억 원을 쓴다고 한다. 국내 업계 전체로는 2조8000억 원의 재교육 비용이 드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렇기에 경영계는 오래전부터 산학협력의 중요성을 인식해 왔다. 대학과 기업이 상생형 협력체계를 구축해야만 산업경쟁력 강화에 필수적인 ‘경쟁력 있는 대학’ 및 ‘기술력 있는 기업’을 육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3년 12월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중심으로 경제단체 및 대학, 연구소 등이 참여하는 ‘산학협력 민관협의기구’ 사무국이 대한상공회의소 안에 설치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산학협력 통해 돌파구 모색▼
이 협의기구는 산학협력 인턴십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작년 3월부터 8월까지 진행된 제1기 사업에서는 29개 기업, 15개 대학 78명의 학생이 참가해 산업현장 일선에서 생생한 경험을 했고, 작년 9월부터 금년 1월까지의 제2기 사업엔 104개 기업, 28개 대학 235명의 학생이 참여해 해를 거듭할수록 호응이 커지고 있다.
그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들이 인턴사원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와 관심 부족 등으로 산학협력 프로그램에 협력을 꺼린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사실 아직은 산학협력 모델이 전 산업 분야에서 전국적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일부 대기업 및 제한된 지역에 국한돼 있는 상황이다.
사무국으로선 참여업체 모집에 애로도 있다. 인턴십 프로그램 참여 여부를 기업에 종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지간한 대기업이면 신입사원 모집 경쟁률이 수백 대 1이나 되는 게 요즘 우리 현실이다 보니 몇 달 뒤 떠날 인턴사원 뽑는 일에 적극성을 보이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 아닌가.
그러나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기업 중엔 효과가 있었다며 다음에 또 학생을 보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꽤 있는 것을 보면 이 프로그램의 유용성은 확실해 보인다. 인턴십 제도의 활성화를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요구된다. 다시 말해 정부가 산학협력 관련 정보의 발굴과 활용을 촉진하고, 여건이 어려운 민간부문에 대한 직접 지원 등을 통해 산학협력의 촉매제로 기능해야 한다.
인턴십 지원학생들의 인식도 개선의 여지가 있다. 대부분 대기업을 지원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선호는 떨어진다. 직장체험이 취업 전에 한 번은 거쳐야 할 필수 과정으로 인식되는 현실이라면 중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인턴십 프로그램을 접할 기회를 가졌다는 것 자체가 경력 개발에 도움을 준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인턴십제도 적극 활용해야▼
마지막으로, 기업들도 인턴십 프로그램이 교육과 산업현장 간 긴밀한 의사소통을 통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육성하는 유용한 수단으로 기능한다는 적극적인 인식이 요청된다.
이러한 공동의 노력이 있을 때 비로소 인턴십 프로그램이 우리 사회의 엄청난 재교육 비용을 절감하는 것은 물론 대학-산업, 대학-지역 간의 협력과 상생의 길에 주춧돌 하나를 놓는 혁신자의 기능을 하게 될 것이다.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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