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58년 ‘통일아랍공화국’ 선포

  • 입력 2005년 2월 20일 18시 44분


1958년 2월 21일, 동떨어진 두 개의 나라가 하나의 국가로 연합하는 초유의 정치실험이 이뤄졌다. 이날 아프리카 대륙의 이집트와 아시아 대륙의 시리아는 ‘통일 아랍 공화국’이라는 하나의 국가로 통합됐다. 이집트 대통령 나세르가 초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정치지도자들은 카이로로 거주지를 옮겨 새 정부에 동참했다.

불가능해 보였던 ‘통일’을 가능하게 한 것은 두 나라 국민들을 하나로 묶은 아랍 민족주의의 열기였다. 역사적으로 이라크에서 아프리카 북서부까지 이슬람을 믿고 아랍어라는 공통의 언어를 쓰는 하나의 ‘아랍민족’이 존재했지만, 제1차 세계대전 후 밀려들어온 영국 프랑스 세력은 이 지역을 자신들의 편의에 따라 분할 통치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각 지역들이 제각기 독립한 뒤에도 분할은 계속됐다.

두 나라를 다시 뭉치게 만든 것은 이스라엘의 위협이었다. 1956년 10월 제2차 중동전 (수에즈 전쟁)의 패전은 이스라엘의 인접국인 두 나라를 심각한 위기에 빠뜨렸다. 정권을 잡은 시리아의 바트당과 이집트의 국민연합은 ‘아랍권의 통일’이라는 정강정책을 구체적 실천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갈라져 살던 두 국민의 통합은 쉽지 않았다. 카이로로 옮긴 시리아의 권력자들은 뿌리가 잘려나간 식물처럼 힘의 근원을 잃어갔다. 시리아에 파견된 이집트 출신의 군사·정치 고문들은 ‘총독부’처럼 월권을 행사했다. 1961년 옛 야당인 인민당과 군대가 일으킨 쿠데타로 시리아는 ‘통일 아랍 공화국’에서 이탈했다. 이집트는 10년 뒤까지 ‘통일 아랍 공화국’의 국호를 유지했지만, 3년간 지속됐던 이 공화국의 국기를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는 쪽은 오히려 시리아다.

통일 아랍 운동의 한 주역이었던 시리아는 오늘날 다시 아랍 ‘공동전선’의 주역으로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16일 알 오타리 시리아 총리와 모하마드 레자 아레프 이란 부통령이 미국의 위협에 공동으로 맞서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라크를 군사적으로 평정한 미국은 오랜 ‘눈엣가시’이자 이라크를 둘러싸고 있는 두 나라를 어떻게 다룰까. 분명한 것은, 지역의 민심은 ‘통일된 아랍’의 영광을 언제나 간절히 원해왔다는 사실이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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