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어드밴티지는 있지만 코스가 짧아 저에게 크게 유리한 것도 아니에요. 하지만 그동안 저를 사랑해 주신 팬들을 위해 꼭 우승트로피를 갖고 싶어요.”
이날 연습라운드에는 어김없이 아버지 위병욱 씨(하와이대 교수)와 어머니 서현경 씨도 동행했다. 위 씨는 거리측정용 쌍안경까지 사용하며 정확한 거리를 메모했고 어머니는 딸의 간식과 보양식을 배낭에 메고 18홀을 같이 돌았다.
팬은 물론 골프 관련 업계 최대 관심사는 미셸 위가 언제 프로로 전향할 것인가 하는 점.
“언젠가는 프로에 데뷔하겠죠. 그런데 대학에는 꼭 가고 싶어요. 제 꿈은 마스터스대회 출전인데 아마추어 신분으로 있을 때 가능성이 더 크거든요.”
마스터스 출전 자격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상금랭킹 40위, 세계랭킹 50위 이내 등 ‘좁은 문’.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프로에 뛰어들면 그 꿈을 달성하기 힘들어진다. 반면 아마추어는 US아마추어퍼블릭링크스에서 우승하거나 US아마추어챔피언십에서 준우승만 해도 초청장을 받을 수 있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일을 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나는 사람들의 생각(여성의 마스터스 출전은 불가능)을 바꾸고 싶어요.”
미셸 위의 우상은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 우즈처럼 인터로킹(오른손 새끼손가락과 왼손 검지손가락을 엇갈리게 잡는 것)그립으로 골프를 배우기 시작한 그는 대학도 우즈를 따라 스탠퍼드대에 진학하고 싶단다.
아버지 위 씨도 아직은 딸의 조기 프로 전향에 부정적이다. “미셸이 대학 진학을 원하니 당분간 프로 전향 계획은 없습니다. 미국LPGA 정규대회에서 우승하면 시드가 확보되지만 그것은 그때 가서 결정할 일이죠.”
성대결(미국PGA투어) 등 성인무대에 종종 출전하는 그에 대해 우즈는 “미셸은 또래들과의 경기에서 우승하는 경험을 쌓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충고한 적이 있다. 그러나 미셸 위의 생각은 다르다. “큰 대회에서 한 번 우승하는 것이 작은 대회에서 열 번 우승하는 것보다 값진 것 아닌가요”라며 당찬 표정.
그의 키는 지난해보다 2cm 더 자란 185cm. “큰 키 덕분에 다른 선수보다 먼저 포대그린 위에 떨어진 볼의 움직임을 볼 수 있어요. 하지만 그게 전부예요. 이제 더 크고 싶지 않아요. 짧아져 못 입게 되는 바지가 생기고 영화를 보러 가도 매표원이 어른 표를 주거든요.”
2년 전 제주에서 열린 나인브릿지클래식에 출전했을 때보다 한국말이 유창해진 미셸 위는 16번홀(파4·398야드)에서 드라이버티샷을 300야드 지점의 연못에 빠뜨린 뒤 “아빠, 이 홀은 3번우드 홀이야. 드라이버 잡을 필요 없겠어”라고 말했다.
13번홀을 홀아웃한 후 어머니 서 씨 배낭에서 흑염소즙이 나왔다. 미셸 위가 12세 때부터 하루 2봉지씩 먹었다는 그 흑염소즙이다.
“미셸이 처음엔 메스껍다고 꺼려했지만 이제는 참고 잘 먹어요. 연습라운드까지 4, 5일을 계속 뛰어야 하는 골프경기에서 스태미너가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나봐요.”
하와이에선 하루 12시간 케이블 방송으로 한국 TV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 미셸 위는 얼마 전 끝난 국내 모 방송국의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가장 좋아한다. 비디오까지 빌려다 두 번씩 봤다고.
어린아이 같던 표정이 화제가 골프로 옮아가자 다시 어른스러워진다. “고국에 계신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멋진 플레이를 보여드릴게요. 이번엔 우승을 기대해 보세요.”
미셸 위의 2005시즌 미국 LPGA투어 일정 | ||
일자(현지시간) | 대회명 | 장소 |
2월24∼26일 | SBS오픈 | 터틀베이리조트(하와이) |
3월17∼20일 | 세이프웨이인터내셔널 | 슈퍼스티션마운틴GC(애리조나) |
3월24∼27일 | *나비스코챔피언십 | 미션힐스CC(캘리포니아) |
6월9∼12일 | *LPGA챔피언십 | 블루록GC(매릴랜드) |
6월23∼26일 | *US여자오픈 | 체리힐스CC(콜로라도) |
7월20∼23일 | 에비앙마스터스 | 에비앙마스터스GC(프랑스) |
7월28∼31일 | *브리티시여자오픈 | 로열버크데일GC(영국) |
10월13∼16일 | 삼성월드챔피언십 | 빅혼GC(캘리포니아) |
*=4대 메이저대회 |
오하우(하와이)=안영식기자 ysahn@donga.com
▼미셸위
▽풀네임=미셸 성 위(Michelle Sung Wie·위성미)
▽생년월일=1989년 10월 11일
▽체격=185cm, 70kg(신발 275mm)
▽골프시작=4세
▽취미=독서, 그림 그리기, 컴퓨터
▽가족사항=위병욱(46·하와이대 교수) 서현경 씨(40)의 무남독녀
▽존경하는 선수=타이거 우즈, 아니카 소렌스탐
▽별명=빅 위지(Big Wiesy)
▽주요우승=2003 US여자퍼블릭링크스 챔피언십(최연소)
▽정규 미국PGA투어에서 최초로 언더파를 기록한 여자선수 (2004소니오픈 2라운드 2언더파 68타)
▽2004커티스컵(미국-영국 여자아마추어 골프대항전) 역대 최연소 미국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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