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계룡대 과천 移轉’ 발언 부적절했다

엊그제 국회에서 나온 윤광웅 국방부 장관의 ‘계룡대 과천 이전’ 발언은 그 내용과 시기 면에서 적절치 않은 것이다. 윤 장관은 전 정권에서 국방부 장관을 지낸 열린우리당 조성태 의원의 질의에 “행정수도가 충남 공주-연기로 옮겨갈 경우 육해공 3군 통합기지인 계룡대의 경기 과천시 이전을 추진하려고 한다”고 답변했다가 파문이 일자 이를 즉각 번복했다. 윤 장관의 경솔한 언행은 장기간의 수도이전 논란에 지친 국민을 더욱 헷갈리게 할 법하다.

전·현직 국방장관이 사전에 입을 맞춘 듯 계룡대 이전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부터가 석연치 않다. 행정수도의 구체적인 윤곽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어떤 경우든 국방부 등 외교안보 부처는 서울에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두 사람은 국방부가 정부과천청사를 ‘선점’토록 하겠다는 의도로 계룡대 이전 문제를 꺼냈다는 의심을 받을 만하다.

그러나 행정부처가 떠난 뒤의 과천청사는 앞으로 국민적 합의를 거쳐 최선의 용처(用處)를 찾아내야 할 사안이다. 더구나 지난주 여야가 합의한 ‘행정중심복합도시’에 대해 정치적 절충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터에 서둘러 이를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태도도 잘못이다.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관계 인사들은 자중해야 한다. 국방부와 각 군 본부가 멀리 떨어져 있는 데서 오는 불편함과 지휘상 어려움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되는 문제는 일개 부처의 이해가 아니라 전체 국민 의사를 최대한 반영해 결정돼야 할 문제가 아닌가.

이번 일은 정부의 행정수도 추진 과정에서 드러난 난맥상에서 초래된 측면도 크다고 본다. 다른 부처도 유사한 주장을 하고 나서지 않도록 더 철저한 정책 조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