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인 이재오(李在五) 김문수(金文洙) 의원 등은 전면전을 불사할 태세다. 국회 건설교통위원회가 이날 신행정도시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자 이들은 곧바로 국회에서 법안 통과에 항의하는 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한나라당의 결정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취지를 정면으로 부인하는 정략적 야합”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이번 결정도 대다수 국민 여론과 헌재의 결정에 도전하는 행위”라며 “국민과 더불어 ‘수도이전 반대 범국민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날 기자와 만나 “12개 부 이전 결정은 단순히 표결이 이뤄졌느냐의 문제가 아니다”며 “결정 자체가 떳떳하지 못하고 정략적이었다”고 성토했다.
박근혜(朴槿惠) 대표 측은 당내 갈등을 우려하고 있으나 이날 의원총회에서 표결로 여야 합의안을 추인한 만큼 물러설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박 대표 측은 신행정도시 건설 문제에 자칫 감정적으로 대응할 경우 충청권 표심(票心)의 ‘불씨’마저 끄는 최악의 상황을 우려해 왔다. 현실적으로 충청권을 잃으면 내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는 물론 2007년 대통령선거도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박 대표가 이날 의총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차선(次善)을 택했다. 이런 상태에서 합의가 안 되면 충청도민의 배신감을 어떻게 추스를 것이냐”고 호소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당내 갈등은 차기 대권 구도와 맞물려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이미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온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은 박 대표와 각을 세울 공산이 크다.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 시장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설 경우 당은 ‘내전(內戰)’에 휩싸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시장은 대안으로 대전과 천안, 오송, 공주, 연기를 잇는 ‘광역 경제특구’ 구상을 제시한 바 있다.
손학규(孫鶴圭) 경기지사는 자신이 제안했던 ‘여야의 전향적 합의’ 제안이 성사된 만큼 이 시장과는 다른 길을 걸을 전망이다. 충청권과 수도권의 ‘윈윈 전략’으로 나가겠다는 것이다.
손 지사는 이날 “이번 여야 간 전향적 합의는 상생의 차원에서 잘된 것”이라며 “앞으로 수도권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수도권 개발을 가로막는 규제를 폐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열린우리당은 상대적으로 조용했다. 이날 오후 여야 합의안을 추인하는 의원총회도 30여분 만에 끝났다. 일부 충청권 의원들이 반발하긴 했지만 대다수는 신행정도시 건설의 첫 삽을 뜨는 게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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