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버스 떠난 뒤에 몰입하는 일은 집안싸움이다. 지도부는 사퇴의사를 밝힌 당직자들에게 “제 갈 길을 가라”며 정면대응 의지를 밝히고, 반대파는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수도가 둘로 쪼개지는 마당에 결연함을 보이는 것은 집안에서뿐이다. 이 집단이 정녕코 제1야당인지, 개인사업자연합인지 우리를 헷갈리게 한다. 이런 판국에 차기 주자라는 사람들은 대권 동상이몽(同牀異夢) 꾸기에 여념이 없다.
지금 한나라당은 여당에 대한 견제세력으로서, 국정에 대한 대안세력으로서 정말 제대로 하는 일이 없다. 행정도시 문제만이 아니다. 국가보안법 개폐, 과거사 문제 등 숱한 현안에 대해 힘이 결집된 당론다운 당론을 내놓지 못하고 저마다 어설픈 ‘이미지정치’라는 걸 하기에 바쁘다. ‘산업화, 민주화 다음은 선진화’라는 구호 하나 먼저 내놓았다고 대통령한테 로열티 달라는 ‘허무개그’나 하고 있다. 국가 정체성을 유지하고 새로운 희망을 제시해달라는 국민의 정치적 요구를 이렇게 무기력(無氣力)하고 사분오열된 한나라당이 채워주기를 기대하기란 무리인 것 같다.
이념, 세대, 뿌리가 다른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며 표류하는 잡탕정당으로는 미래가 없어 보인다. 이럴 바엔 차라리 간판을 내리는 게 낫지 않은지 한나라당 사람들은 자문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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