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헌법의 경쟁력’ 높이는 개헌 논의를

  • 입력 2005년 3월 3일 18시 31분


이해찬 국무총리가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개헌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는 병폐가 많아 4년 연임제나 다른 형태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며, 논의 시점은 내년 하반기가 적절하다”고 밝힌 것이다. 총리가 개헌 문제에 대해 이처럼 구체적으로 견해를 표명한 것은 처음이다.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정치권이나 학계에 적잖은 공감대가 형성된 게 사실이다. 1987년에 개정된 현행 헌법은 1인 장기독재를 막는 데 핵심 가치를 두었고 나름대로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이 헌법이 ‘21세기의 새로운 시대상황에 여전히 맞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국제정세도, 경제규모도, 국민의식도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옛 옷을 입고 글로벌화한 무한경쟁시대를 헤쳐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누구나 의문을 가질 만하다.

현행 헌법은 책임정치의 실종, 제왕적 대통령, 지역구도의 고착화 등 많은 폐해를 낳았다. 5년 주기의 대선과 4년 주기의 총선 및 지방선거가 엇갈림으로써 거의 해마다 선거를 치러야 하는 문제점도 지적돼 왔다. 이로 인한 국력 낭비가 얼마인가.

상충되는 조항도 적지 않다.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와 부속 도서로 한다’는 제3조는 북한을 염두에 둔 남북 평화통일 목표와 맞지 않는다. 국군의 사명을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에 한정한 제5조는 해외 파병의 위헌성 시비를 낳을 소지도 있다.

이런 문제점들을 정비해서 ‘헌법의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개헌 논의의 본질이 돼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훼손돼서는 안 된다는 점도 분명히 해야 한다. 그것이 ‘개헌의 한계사항’이 돼야 한다. 행여 정략(政略)이 앞서 정쟁의 새로운 불씨가 되거나 과열된 논란으로 막 살아나려는 경제의 싹을 꺾게 된다면 논의를 시작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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