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들 사이에서 “대체 ‘용심’이란 단어의 뜻이 뭐냐”는 얘기가 심심찮게 오가고, 인터넷 사이트나 국어사전을 찾아보는 검사들도 많다.
이 단어가 화제가 된 것은 지난달 28일 대검찰청에서의 주례간부회의 때 송광수(宋光洙) 검찰총장이 한 발언 때문이다.
송 총장이 회의 마지막에 느닷없이 “내 임기가 끝난다고 해서 이곳저곳에 다음 인사를 위해 청탁을 하는 사람은 용심을 부려서라도 옷을 벗기겠다”고 말한 것.
‘용심’이란 ‘짓궂게 남을 괴롭히거나 남이 잘되는 것을 시기하는 못된 마음’을 뜻하는 말. 송 총장이 “인사 청탁은 절대 안 된다“고 강하게 경고하기 위해 특유의 화법으로 이 용어를 쓴 것으로 풀이된다.
송 총장은 그간 여러 차례 검사들의 인사 청탁 문제를 지적해왔다.
얼마 전 한 사석에서 그는 “2년 동안 검찰총장으로 있으면서 유일하게 못해 본 것이 있다면 인사 청탁 문제를 뿌리 뽑는 것”이라며 “이제는 인사 청탁을 하는 사람은 모두 공개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검찰 인사를 담당하는 법무부 검찰국에 근무하던 시절 여권 고위층으로부터 “○○○를 좋은 곳으로 보내 달라”는 청탁을 두 차례나 받았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올 초 기자간담회 때엔 “운동은 열심히 해야 하는데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운동 하나가 있는데 바로 ‘인사운동’”이라고 말했다. “혹시 인사운동을 하는 검찰 사람을 보거든 신고해 달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를 두고 대검의 검사들은 한 달 뒤면 검찰을 떠나는 송 총장이 검찰 후배들에게 하는 마지막 당부가 아니겠느냐고 말한다.
검사들은 그동안 제일 중요한 과제로 ‘검찰 독립’을 꼽아왔다. 검사들의 인사 청탁은 정치권에 대한 예속을 자초하면서 검찰 독립을 훼손하는 것이다.
과거에 비해 나아지기는 했지만 검찰 인사철마다 정치권 인사들이 자신의 출신 지역 검사들을 챙긴다느니, 몇몇 검사들이 정권 실세에게 부탁을 했다는 얘기가 이어져왔다.
곧 떠나는 송 총장의 ‘마지막 당부’를 후배 검사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조수진 사회부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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