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밀양성폭행사건’ 이후 인터넷에는 성범죄를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분노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최근 성범죄 예방책의 하나로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의 상세 신상 공개를 추진했으나 ‘인권침해’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성폭행범에 대해 이례적으로 중형을 선고한 판결이 나와 화제다.
법원은 지난 6일 미성년자들을 성폭행한 죄로 7년간 교도소에서 복역했다 출소한 뒤 또다시 여자 어린이 10명을 성폭행한 30대 남자에게 징역 15년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성범죄를 저지르기 어려운 나이가 될 때까지 범인을 사회로부터 격리해야 한다”며 중형의 선고 이유를 밝혔다.
성폭력 처벌법은 13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강간범을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누리꾼(네티즌)들은 일단 “이제껏 중에서 가장 나은 판결”이라며 환영했다.
그러면서도 피해자가 9~12세 가량의 어린이들이고 그 숫자도 10명이나 된다는 점을 들어 “15년도 약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15년도 가볍지만 그나마 최근의 사례 중 수긍이 가는 판결(ksy8705)”, “15년 후에도 아직 52세에 불과한데 성 능력이 감퇴될까. 최하 35년 이상의 형량이 주어져야 한다(ggumggu)”, “아무것도 모르는 새파란 어린아이의 영혼에 난도질을 한 것인데 반성도 없고, 저 사람 15년 후에도 또 저러지 싶다(heavenksm)”는 의견이 줄을 이었다.
법관이 법의 테두리 내에서 가능한 중형을 선고한 만큼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성범죄 관련법을 선진국 수준으로 엄격하게 개정해야(mirarex)”, “범죄에 맞는 형벌과 형량이 과연 무엇일까를 더 고민해야 할 때(akira0103)”라며 법 개정을 통한 해결에 무게를 실었다. 또 “성범죄 재판에 시민 배심원 제도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죄질이 흉악한 성범죄자의 경우 여성 호르몬을 주입하는 이른바 ‘화학적인 거세’를 주장하는 강경한 목소리도 있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추진하는 성범죄자 상세 명단 공개도 힘을 얻어가고 있다.
“청소년 성범죄자 신상공개가 철저했다면 이 정도로 피해자가 많지는 않았을 것(bruckner999)”, “오랜 복역이 어렵다면 성범죄자의 얼굴을 지역 주민들에게 공개해야(ditoch95)”는 의견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포털 사이트와 청소년보호위원회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공개찬성 의견이 80%에 달했다.
누리꾼들은 성범죄를 피해자에 대한 ‘인권 유린’ 뿐 아니라, ‘정신적 살인행위’로 보고 있다.
날로 심각해 가는 성범죄 속에서 우리의 자녀를 지켜달라는 요구가 거세다. 당국이 대응책을 내놓고 범죄예방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것이다.
‘성범죄 박멸’과 ‘인권 침해’ 사이에서 정부가 지혜로운 결단을 내려야 할때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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