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소니의 추락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요약하면 소니는 너무 잘나가서 무너졌다. 세계시장을 휩쓰는 품목이 많다 보니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을 개발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했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이 일본의 간판 기업을 눌렀다…. 기분 좋은 얘기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순익 103억 달러는 일본 전자업체들의 순익을 모두 합한 것보다도 많다. 전 세계에 순익 100억 달러 클럽에 든 기업은 11개뿐이다.
삼성과 소니의 위상 변화는 기업은 끊임없이 새로운 수익구조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시사점을 던진다. 미래 시장과 미래 기술에 대한 관심을 조금만 게을리 하면 세계 1위 기업도 10년을 버티기 힘들다.
불과 7년여 전 한국은 외환위기를 겪었다. 외환보유액은 바닥 나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았고, 국가신용도는 파산 직전 상태에 이르렀다. 무분별하게 외국 빚을 끌어다 쓰고 순환출자로 가공자본을 만들어 문어발식 확장을 한 기업들에 지탄이 쏟아졌다.
그 결과 기업들은 투명 경영, 수익 위주 경영, 주주 중심 경영을 뼈대로 하는 미국식 주주 자본주의 시스템을 받아들였다. 정부는 제도적으로 기업을 이 방향으로 이끌었다.
효과가 나타났다. 지난해 국내 상장기업들은 배당 총액이 10조 원에 이를 정도로 수익구조가 좋아졌다. 순익 10억 달러를 넘긴 기업은 13개로 미국 영국에 이어 공동 3위, 외환보유액은 2000억 달러를 넘어 세계 4위가 됐다.
그렇게 7년이 흘렀다. 이제 주주 중심 경영시스템도 완벽하지는 않다는 사실이 나타나고 있다. 기업이 돈을 벌면 주주들은 배당을 더 많이 받고 싶기 마련이다. 미래를 위해 배당을 줄이고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경영진의 설득은 의도를 의심받기 십상이다. 그래서 장기적인 경쟁력을 소홀히 하게 된다. 바로 소니가 걸어 온 길이다.
더구나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은 외국 자본에 비해 역차별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정체불명의 외국 자본에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당할 수 있다는 공포감까지 생겼다. 은행이나 기업을 매각할 때 국내 자본은 배제되기 일쑤였다.
국내 기업은 외국 자본에는 적용되지 않는 출자총액제한 제도의 규제도 받는다. 기업을 키우기도 어렵고 적대적 M&A에 대항할 수단도 마땅치 않다.
한국은 선진국 수준의 사회 기반을 갖추기까지 갈 길이 먼 나라다. 국가경제의 엔진인 기업들이 외국 자본에 비해 역차별을 받고, 주주들의 눈치를 살피느라 미래 투자를 할 수 없다면 후유증은 다음 세대가 부담할 것이다.
다시 미래를 생각할 때다. 7년 전 갈아입었던 옷이 지금 우리에게 꼭 맞는지 점검해 봐야 한다. 눈부신 성과 뒤에 부작용도 있다면 손질해야 한다.
누가 새로 경제부총리가 되건 꼭 신경 써야 할 대목이다.
김상영 경제부장 you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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