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호원]충청권 이익 대변하는 전국정당?

  • 입력 2005년 3월 14일 18시 26분


―어떤 정당을 만들 것인가.

“충청권을 대변하는 전국 정당으로 키우겠다.”

―지역 이익을 대변하면서 전국적 정책을 펼 수 있나.

“중도 개혁 성향의 뉴라이트를 영입하면 된다.”

―주로 자민련 인사들이 지지하던데….

“사람을 가려야죠.”

10일 신당에 대한 민심을 살피기 위해 충남 공주를 찾았던 기자와 신당 추진 인사가 나눈 대화 내용이다. 1박 2일간의 출장기간 중 많은 사람과 대화를 나눴지만 왜 신당이 창당돼야 하는지, 쉽게 답을 찾기 어려웠다. 오히려 신당이 지역주의의 또 다른 변종이 아닌가 하는 우려만 짙어졌다.

한 공주 시민은 “지역 정당이면 어때요.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소외받았는데요”라고 말했다. 대전의 한 시민은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도 호남과 영남을 나눠 가진 지역 정당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지역민들을 만날수록 자민련이 몰락하고 신행정수도 원안이 좌절되면서 짙게 밴 지역민들의 좌절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충청권 이익을 대변하는 지방분권형 전국 정당’이라는 신당의 선전 문구는 지역민의 머리가 아닌 ‘가슴’속에 스며들고 있는 느낌이었다.

문제는 신당 관계자들의 논리의 어느 구석에도 명확한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집권 이후에는 어떤 정책과 철학으로 국가를 운영할 것인지, 어떤 이념을 추구하는지, 심지어 지역에 뿌리를 둔 신당이 과연 전국 정당으로 성장할 것인지도 전혀 제시되지 않고 있다. 지역과 전국 사이, 개혁과 보수 사이 그 어디가 신당의 자리인지 다가오지 않았다.

신당 추진 관계자는 “한나라당의 이원종(李元鐘) 충북도지사와 손학규(孫鶴圭) 경기도지사의 연대로 신당을 키우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도 전국 정당의 비전이라기보다 지역 정당의 잔수라는 느낌이다.

물론 현실정치에서 지역정서가 정당의 토대가 될 수는 있다. 그러나 성공의 조건은 아니다. 자민련의 실패도 결국은 지역정서 이상의 비전을 심어주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지역주의에만 기댄 정당은 결코 충청 소외론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최호원 정치부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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