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경찰관의 어처구니없는 죽음에 누리꾼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지난 15일 울산남부경찰서 소속 김태우(30)순경이 음주단속 중 만취 뺑소니차에 매달린 채 600여 m를 끌려가다 목숨을 잃는 사고가 있었다. 알고 보니 그는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이자 동료들이 인정하는 모범 경찰관이었다.
이런 그의 죽음이 알려지자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는 김 순경을 추모하는 글과 함께 음주운전자들을 성토하며 “처벌을 강화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엄한 처벌만이 음주운전을 근절시킬 수 있다는 것.
‘extreme0616’을 비롯한 많은 누리꾼들은 “우리나라는 음주운전에 너무 관대하다”며 “술 먹고 운전대를 잡은 사람에겐 무조건 살인미수죄를 적용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검정 니트’는 “법정 최고형에 수천만 원의 벌금을 부과한다면 음주운전은 안하게 되어있다”며 엄중처벌을 요구했다. ‘lmj7052a’도 “혈중알콜농도 수치에 상관없이 음주운전자는 무조건 면허를 취소하고 음주량에 따라 구속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동조했다.
공권력의 권위 실종을 한탄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회사일로 한국에서 1년 쯤 살고 있는 미국교포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누리꾼은 “무장한 경찰에게 시민들이 눈 하나 깜짝 안하고 대들고 오히려 경찰이 설설 기는 모습을 이해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일이 미국에서 발생했다면 미국 경찰은 그 운전자를 어렵게 체포하지 않고 사살했을 것”이라면서 “이것이 꼭 옳다는 것은 아니지만 공권력에 대한 도전은 그 어떤 경우에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국가의 확실한 의지 표명이 아니겠느냐”면서 한국도 공권력 행사에 단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yungjune86’은 “교통경찰을 포함한 모든 경찰관에게 실탄을 지급해야 한다”면서 “우리나라 범죄자들이 경찰을 우습게 보는 것은 총기사용을 제한 시켰기 때문”이라고 거들었다.
최근 경찰청에서 발표한 2004년 교통사고 발생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교통사고는 총 22만 건이 발생해 6563명이 사망했다. 이중 음주로 인한 사고는 2만5150건에 사망자가 875명 이었다. 교통사고 총 사망자의 13%가 음주사고의 희생자란 얘기다. 매우 높은 수치다.
음주사고가 많은 이유는 그만큼 술 먹고 운전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가장 큰 원인은 우리나라의 음주운전 처벌이 교통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관대하기 때문일 게다.
우리나라는 혈중 알코올농도 0.05% 이상이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하지만 술을 마셨더라도 수치가 0.05% 미만이면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반면 일본은 우리나라에선 처벌 대상이 아닌 혈중알콜농도 0.03~0.05% 범의의 음주운전자도 적발해 회사에 통고처분을 하고 있다. 형사 처벌은 아니지만 적발 자는 회사에서 인사상 불이익을 감수 할 수밖에 없다. 일본은 2003년 형법에 음주운전 등을 가중처벌 하는 ‘위험운전치사상죄’조항을 신설했다.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주들이 음주운전자들에게 2만 달러(약 2000만원) 정도의 벌금형에 처하고 있다. 뉴욕시는 2000년부터 음주운전자의 차량을 압수한다. 또 논란이 있긴 하지만 45개 주에서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운전자들에게 음주운전 방지용 차량 잠금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하고 있다. 이 장치가 부착된 차량은 운전자가 음주측정기를 불어 알코올이 측정되면 차가 움직이지 않는다. 운전자는 운전중에도 측정기를 불어야 한다.
그러나 교통 선진국들의 이런 추세에 역행하듯 우리나라는 ‘생계형 음주운전자’를 선별 구제하자는 한가한 논의까지 하고 있다.
“음주운전은 살인미수”라는 게 국민 대다수의 인식이다. 죄질이 나쁠수록 엄한 벌로 다스리는 것은 상식이다. 음주운전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더 강력한 처벌이 선행돼야 한다. “음주운전은 패가망신”이란 등식이 모든 운전자들에게 상식이 될 날을 기대해 본다.
박해식 동아닷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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